증원 규모 400여명 줄었지만 의사들 "백지화" 강경입장 고수 의협회장 취임 앞두고 갈등 고조
의과대학 증원 배정을 받은 전국 32개 대학이 2025학년도에 당초보다 줄어든 1500명 안팎의 신입생 증원을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거점 지방 국립대는 대부분 증원 규모의 50%만 신청했다. 반면 사립대들은 대부분 증원분을 유지하기로 했다. 당초 증원 규모인 2000명보다는 줄었지만 원점 재검토를 주장하는 의사 단체들과의 합의점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0일 교육계와 대학가에 따르면 경인권과 비수도권 32개 의대 중 25곳이 2025학년도 모집인원을 결정했다. 9개 비수도권 국립대 중 전남대를 제외한 8개 국립대는 모두 2025학년도 입시에서 증원분의 50%가량만 모집하기로 했다. 가장 많은 인원(151명)을 배정받은 충북대는 내년 입시에서는 76명만 추가로 선발할 계획이다. 경북대는 증원분 90명의 절반인 45명을 추가 선발하기로 했다. 경상국립대 역시 증원분 124명 가운데 절반인 62명, 제주대는 60명의 절반인 30명만 증원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충남대, 충북대도 각각 증원분의 50%인 76명, 45명만 반영했다. 부산대 역시 증원(75명)의 절반인 38명만 신청했다. 전남대는 이날까지 증원 인원을 확정하지 못했다.
사립대학들은 대부분 증원 규모를 그대로 유지하는 모양새다. 사립대 23개 중 증원을 줄인 곳은 울산대와 성균관대, 아주대, 영남대 네 곳뿐이다. 80명씩 추가 정원을 배정받은 울산대와 성균관대, 아주대는 내년 10명씩 줄인 70명을 증원하기로 했다. 영남대는 증원분(44명) 중 24명만 신청했다. 가천대, 가톨릭관동대, 고신대, 건국대 분교, 건양대, 계명대, 동아대, 대구가톨릭대, 연세대 분교, 을지대, 인제대, 인하대, 조선대, 한림대, 원광대 등 사립대 15곳은 증원 100%를 반영했다. 의학전문대학원으로 대교협에 입학전형 제출 의무가 없는 차의과대학을 비롯해 단국대(천안), 동국대 분교, 순천향대 등은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사립대들이 인원을 유지한 것은 국립대에 비해 증원 인원이 적어 강의실 및 교수 확보에 부담이 덜하고 의대 모집 규모가 대학 입시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점 등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2025학년도 대학 입학 정원은 이번 시행계획 제출로 확정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는 대학별로 변경 사항이 있을 경우 5월 중순까지 반영할 계획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입학 정원이 아닌, 세부 시행계획 변경만 가능하다는 것이 교육부의 설명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시, 수시로 각각 몇 명을 뽑을지, 지역인재전형을 얼마나 확대할지 등 구체적인 사항만 변경할 수 있다”며 “입학 정원은 오늘로 확정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증원 규모가 400명가량 줄었지만 의정 갈등 해결의 실마리는 풀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의사들은 100% 원점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생각보다 증원 규모가 많이 줄지 않아 설득에 나서기도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한 국립대 총장은 “이번에 모든 대학이 증원 규모를 50%로 줄였다면 의사협회 등에서도 협상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대학들이 좋은 기회를 놓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