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중반 일본 2위 완성차 업체인 혼다가 극비리에 진행한 프로젝트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해 동맹국인 미국이 참전할 경우 중국에서 사업을 계속할지 판단하려는 프로젝트였다. 자연스레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 수출을 포기할 수 있을지도 검토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기업들이 중국 의존도를 ‘0’으로 줄이는 ‘제로 차이나’에 나서면 약 53조엔(약 462조원)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10%에 달하는 금액이다. 와세다대 연구팀이 일본의 슈퍼컴퓨터 ‘후가쿠’로 분석한 결과다.
세계 5대 수출대국 일본은 최근 수출 경쟁에서 탈락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빠져 있다. 최대 동맹국인 미국이냐 최대 교역상대국인 중국이냐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는데, 한국 같은 경쟁국들은 매년 격차를 좁혀오고 있어서다. 2023년 미국과 중국 두 나라는 일본 수출과 수입의 37.6%와 32.6%를 차지했다.
여기에 전체 수출의 17.1%를 담당하는 자동차산업의 미래도 불투명하다. 일본 최대 수출기업 도요타자동차는 4년 연속 세계 판매 1위에 올랐지만 전기차 판매 순위는 30위권 밖이다.
일본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8%다.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내수에 비해서는 작은 편이다. 그런데도 일본이 수출 경쟁력 유지에 필사적인 이유는 오랜 내수 부진 속에서 경제를 업그레이드할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의 반도체 부활 총력전도 수출 엔진을 꺼뜨리지 않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2021년 일본 정부는 2030년까지 반도체 관련 매출을 2021년의 세 배인 15조엔으로 늘린다는 ‘반도체·디지털 산업전략’을 발표했다.
그로부터 2년 만에 세계 1~3위 반도체 기업인 TSMC, 삼성전자, 인텔의 생산 공장과 연구개발(R&D) 거점을 모두 유치했다. 지난 2월 가동을 시작한 TSMC의 생산 물량은 올해부터 일본의 수출로 집계된다. 2027년까지 2나노미터(㎚: 1㎚=10억분의 1m) 최첨단 반도체를 국산화한다는 목표 아래 라피더스라는 일본 정부와 기업의 합작회사도 세웠다.
2020년부터는 해외로 나간 기업을 자국으로 ‘유턴’시키는 리쇼어링 정책도 실시하고 있다.
일본 대표 전자기업 파나소닉홀딩스와 차량용 반도체 업체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 고급 화장품 브랜드 시세이도 등이 ‘일본 유턴’을 결정해 수출을 늘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