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전기차 굴기’는 글로벌 에너지 밸류체인 장악과 연결돼 있다. 전기차는 시작일 뿐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승용차뿐만 아니라 트럭·버스·기차 등 모든 이동 수단의 에너지원을 전기로 전환하고, 가정과 각 산업에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배치하겠다는 것이 중국의 전략이다.
중국의 전기차 발전 계획은 1986년 시작됐다. 그해 국가 첨단기술 육성 프로그램인 이른바 ‘863계획’이 수립됐다. 863계획의 후속으로 2001년 환경 분야를 추가했는데, 이때 전기차가 포함됐다.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로 떠오른 비야디(BYD) 역시 2012년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중국 정부는 보조금을 소비자뿐 아니라 생산자에게도 지원했다. 지방 정부들 간 치열한 경쟁을 유도했다.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뿐만 아니라 내륙의 각 성에서 잇따라 전기차 공장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중국 신에너지차 판매량은 올해 처음으로 1000만 대를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 전체 신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이미 30%를 돌파했다. 지금 추세라면 전기차 보급률 50% 달성이 당초 목표한 2035년보다 앞당겨질 전망이다.
하지만 중국 전기차 시장은 적자생존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기존 완성차 업체들은 물론 가전업체, 스타트업도 전기차 개발에 뛰어들면서다. 중국 내 신에너지차와 관련된 기업이 60만 개가 넘는다는 집계(2023년)도 있다. 하지만 성장세는 둔화하고 있다. 중국승용차협회에 따르면 작년 20.8% 성장했던 중국 전기차 시장은 올해 1~2월 성장률이 18.2%로 둔화했다.
왕촨푸 BYD 회장은 지난달 한 포럼에서 “지난해 시장에서 403종의 신에너지차 모델이 판매됐지만, 모델당 월평균 판매량은 1500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수익성 있는 브랜드는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이런 이유로 BYD 등 중국 기업들은 해외 진출로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