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 오른쪽)이 미국 실리콘밸리를 찾아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왼쪽)와 만났다. SK하이닉스가 주도하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관련한 논의를 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SK 관계자는 25일 “최 회장이 지난 22일 실리콘밸리에 도착해 젠슨 황 CEO를 만났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세계 인공지능(AI) 가속기 시장의 80%가량을 장악하고 있는 기업이다. AI 가속기는 엔비디아가 생산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HBM을 한데 붙여 만든다. 이 HBM의 대부분을 SK하이닉스가 납품한다. 그런 만큼 만남의 주제는 ‘차세대 HBM 공급’이 됐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낸 데 일등공신도 HBM이었다. 영업이익률이 50%를 웃도는 HBM이 날개 돋친 듯 팔리면서 D램 부문에서만 2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세계 HBM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말부터 엔비디아에 납품하고 있는 최신 제품 HBM3E 생산능력을 확대해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벌린다는 계획이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고객이 원하는 HBM3E 제품은 주로 8단”이라며 “HBM3E 12단 제품은 오는 3분기 개발을 완료한 뒤 내년쯤 공급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HBM 공급과잉 우려에 대해선 “HBM 시장은 급격한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며 “2025년 이후까지 장기 프로젝트를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감산 정책을 유지해온 D램과 낸드플래시는 올 하반기 재고 수준이 정상화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SK하이닉스는 “1분기 말에는 판매량이 생산량을 웃돌아 D램과 낸드 재고가 모두 감소했다”며 “범용 제품 재고가 빠르게 줄어들어 연말에는 거의 없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