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민간 기업 공장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된 건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면 개정된 2020년부터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해당 사업장에 산업재해가 다시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작업중지를 명할 수 있다”는 조항이 추가돼서다. 이때부터 산업현장에서 사망, 상해 등 인재 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지역 고용부 근로감독관이 현장을 방문해 작업중지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기업들은 “근로감독관의 재량권이 너무 크다”, “작업중지 명령이 남발되고 있다”는 하소연을 쏟아내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한 공장의 A설비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자 근로감독관은 동일한 설비라는 이유로 다른 공장에도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B공정과 C공정 개조공사’라는 공사명으로 작업하던 건설사는 B공정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자 다른 지역의 C공정도 공사명에 포함됐다는 이유로 함께 작업중지를 당했다.
작업중지 명령은 감독관 재량으로 신속하게 이뤄지는 반면 해제 절차는 복잡하게 만든 탓에 작업중지 기간이 길어지는 것도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작업중지 명령을 해제하려면 근로감독관이 현장을 확인한 뒤 해제심의위원회를 열어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 기업 인사담당자는 “작업중지 명령은 근로감독관이 재량으로 내리지만 해제 결정은 근로감독관이 아니라 심의위원회를 거치도록 한 단계를 더 두고 있다”며 “해제 신청 전에도 사업주는 고용부에 안전보건실태 점검 및 개선 조치를 내놓고, 근로자의 의견 청취를 받아야 하는 등 모두 다섯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2020년부터 3년간 작업중지 해제에 걸린 시간은 평균 40.5일이었다.
길어지는 작업중지는 개별 기업을 넘어 산업계 전체에 악영향을 준다. 3년여 전 한 골재회사에 내려진 작업중지가 5개월 넘게 지속되자 여러 건설업체가 공사 진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 달간 작업중지 처분을 받은 D조선사의 경우 후속 공정을 담당하는 근로자들의 소득 감소로 이어졌다고 경총은 소개했다.
산업계의 요구는 크게 두 가지다. 감독관 재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지 명령을 내릴 때 ‘동일한 작업’과 ‘급박한 위협’에 대한 구체적 기준을 마련해달라는 것과 해제 때 심의위원회 절차를 삭제해달라는 것이다.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근로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마치 기업에 벌을 주려는 것 같은 규정은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