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세대 V낸드플래시 양산 시작 적층 단수 높여 경쟁사 압도 '더블 스택' 기술로 한계 돌파
삼성전자가 양산을 시작한 9세대 V낸드플래시 반도체의 적층(저장공간인 '셀'을 쌓아 올린 것) 단수가 '286단'인 것으로 확인됐다. 286단은 삼성전자의 기존 제품 대비 50단 높은 것으로 현재 적층 기술로 구현할 수 있는 최고 단수다. 고용량·고성능 제품을 원하는 인공지능(AI)·클라우드 서버 기업에 공급을 늘리기 위해 기술적인 한계를 돌파한 것이다. 반도체업계에선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 경쟁력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고 ‘기술 초격차’에 재시동을 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23일 “더블 스택 기술로 구현할 수 있는 최고 단수 제품인 9세대 V낸드를 양산한다”고 발표했다. 9세대 V낸드는 현재 삼성전자의 주력 제품인 236단 8세대 V낸드의 뒤를 잇는 최첨단 제품이다.
낸드플래시 기업들은 저장공간인 셀을 여러 층 쌓아 저장용량을 키우는 ‘적층’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아파트를 높게 쌓아 올릴수록 더 많은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9세대 V낸드의 적층 단수는 업계 최고인 286단으로 확인됐다. 현재 SK하이닉스, 키옥시아, 마이크론 등 경재사들은 218~238단 수준의 낸드플래시를 판매 중이다.
주목할 점은 ‘더블 스택’ 적층 기술을 활용했다는 점이다. ‘더블’의 의미는 쌓아 올린 저장공간인 셀을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채널 홀’을 두 번 뚫는다는 것이다. 채널 홀을 뚫는 횟수가 적을수록 기업들의 생산성이 높아진다. 구멍을 두 번에 걸쳐 뚫는 비용이 같은 작업을 세 번, 네 번 반복하는 것보다 적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기술적 한계 때문에 300단에 가까운 제품을 만들 때 기업들이 ‘트리플스택’을 쓸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적층 기술을 통해 286단 낸드에서 더블 스택을 활용하는 데 성공했다.
삼성전자가 최고 적층 단수를 구현한 만큼 AI 서버 고객사들의 수요가 커지고 있는 고용량 낸드플래시와 데이터저장장치(SSD)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