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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저렇게 못한다"…베테랑 농부, 자율주행 트렉터에 '완패' [이미경의 옹기중기]
2024/04/23


전북 완주 LS엠트론 자율주행 트랙터 시연회
베테랑 농민과 경쟁하는 '고수들의 진검승부'
자율주행 트랙터, 압도적인 1위

농촌 고령화에 자율주행 농기계 상용화 속도↑
농업법인 증가도 관련 시장 확대에 '호재'




지난 19일 전북 완주 LS엠트론 센트럴메가센터(CMC)의 한 농지. 트랙터가 50m 거리의 밭을 왔다갔다하며 두둑을 만들어 냈다. 자율주행 트랙터와 '베테랑 농민'이 수동으로 조작하는 트랙터 중 어떤 방식이 더 효율적인지 가려내는 '고수들의 진검승부' 행사가 열린 것이다.

평가 기준은 '직진 정확도'와 '시간'. 결과는 96.4점 대 69.2점으로 자율주행 트랙터의 압도적인 승이었다. 참가자 30명 중에 1등을 차지했지만 큰 점수 차로 자율작업 트랙터에 뒤진 이두현 씨는 "사람은 자율주행트랙터처럼 직진으로 갈 수가 없다"며 "자율작업 트랙터가 농가에 보급되면 확실히 생산성이 좋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 자율주행 농기계 상용화 '속도'

자율작업 농기계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대동·TYM·LS엠트론 등 이른바 '업계 3강'은 자율주행기능 적용 제품을 확대하며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농촌인구가 고령화하며 생산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내부적으로도 매출이 감소세에 접어들어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일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서다.

LS엠트론이 이번 행사에서 선보인 3.5단계 MT7 2022년 양산에 돌입한 제품이다. 자율주행 3.5단계는 장애물 감지 기능을 갖춘 수준으로, 업계에선 LS엠트론이 최초로 선보였다. 국내 농기계 자율주행 수준은 정부 기준에 따라 1~4단계로 나눈다.

1단계는 농기계가 직진 자율주행만 수행하는 수준, 2단계는 농기계가 생성한 작업 경로에 맞춰 운전 조작 없이 직진·선회·속도를 제어하면서 자율주행하는 수준, 3단계는 탑승자의 운전과 작업 제어 없이도 농기계가 작업 경로를 추종하면서 자율작업을 수행하는 수준이다. 4단계는 환경 인식과 인공지능(AI)으로 작업자 없이도 무인 자율작업이 가능하다. LS엠트론은 자사 무인트랙터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장애물을 인지하고 정지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어 제품을 3.5단계로 홍보하고 있다.

국내 농기계 업체들은 최근들어 자율주행 농기계를 빠르게 개발 및 상용화 하고 있다. 대동은 지난해 10월 자율작업 기능이 적용된 트랙터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2026년까지 농기계 자율작업 단계를 4단계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TYM은 올해부터 자율주행 3단계 수준의 트랙터를 판매 중이다. 디지털농업 플랫폼 구축을 위해 2020년 설립한 스마트정밀농업 자회사 TYMICT를 통해 2026년까지 완전 무인 자율 농작업이 가능한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농촌 고령화에 농업법인 증가 환경 맞물려

농기계 업체들이 자율작업 농기계 개발·양산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국내 농촌 인구 고령화로 생산성 제고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농가 고령인구 비율은 2020년 42.3%, 2021년 46.8%, 2022년 49.8%로 높아졌다. LS엠트론 관계자는 "자사 자율작업 트랙터로 실험한 결과 작업시간은 25% 줄어들고 생산량은 7% 늘어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생산성이 높아지면 전반적으로 농가 소득 역시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형 농업을 실시하는 농업법인의 증가 추세는 자율주행 농기계 확산에 호재다. 생산 효율성을 중시하는 농업법인의 특성상 자율형 농기계 도입을 적극 고려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농업법인 수는 2020년 2만4499개, 2021년 2만5606개, 2022년 2만6104개로 증가했다. 농업법인이 경영하는 경지면적 역시 2021년 7만5665ha에서 2022년 8만967ha로 늘었다.

업계는 최근 농기계 매출이 감소세에 접어든 만큼 혁신적인 제품을 통한 시장 반등이 필요하다고도 판단했다. 대동·LS엠트론·TYM의 지난해 매출은 각 1조4333억원, 1조190억원, 8364억원으로 전년 대비 2%, 15.7%, 28.2% 줄었다. 한 농기계 업체 관계자는 "농기계 첨단화와 무인화는 국내 농업산업이 나아가야 할 명확한 방향"이라며 "정부의 보조금 지급 등 첨단 농기계 지원 정책이 뒷받침되면 시장 성장세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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