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위 석유화학 기업인 롯데케미칼이 플라스틱 원료인 페트(PET)를 제조하는 울산공장의 일부 직원을 다른 공장으로 전환 배치하기로 했다. 중국 석유화학 기업의 ‘증설 러시’에 PET 공급량을 조절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생산 효율을 강화해 업황 둔화에 대응하려는 전략이다.
16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울산공장 직원들에게 이 같은 안을 조만간 공유하고 전환 배치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이들 직원은 다른 사업장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울산공장엔 500여 명이 근무 중이다. 이번 전환 배치가 어느 정도 규모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달 취임한 이훈기 롯데케미칼 대표가 이달 초 여수, 울산공장 등 현장을 둘러본 뒤 생산 효율화를 위한 조치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총 43만㎡ 규모의 울산 1·2공장은 PET와 도료·불포화 수지 등의 원료인 고순도 이소프탈산(PIA) 등을 제조하고 있다. 울산공장의 PET 및 PIA 생산능력은 각각 연 52만t이다.
중국 경쟁사들이 ‘저가 공세’에 나서면서 롯데케미칼조차 생산량을 낮춰야만 하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 2022년 4월 t당 1220달러에 거래되던 PET 가격은 지난해 4월 1020달러로 떨어졌다. 이달 초엔 t당 910달러로 2년 전보다 25.4% 내렸다. 올해 내내 890~910달러 박스권을 오르내리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울산 PET 공장 가동률은 2022년 92.4%에서 지난해 69.7%로 줄었다. 올 들어 롯데케미칼이 일부 라인 가동을 중단하며 가동률은 더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롯데케미칼은 울산공장 쇄신을 위해 지난 12일 인사를 단행했다. 울산공장장을 포함해 여수공장 등에서 임원 5명을 교체했다. 생산 현장은 안전성이 중요해 정기 인사가 아닌 때 공장장을 교체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LG화학도 인력 조정에 나서고 있다. 이달 30일까지 근속 5년 이상 첨단소재사업본부 생산기술직 직원을 대상으로 특별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지난해 9월 정보기술(IT) 사업을 매각한 뒤 추가로 인원을 줄이는 차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