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조 1144억 원’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이다. 우리나라 국민총생산(GDP)의 2.6%이자 한국 간판 기업인 현대차와 기아차의 지난해 영업이익을 넘어서는 규모다. 영어유치원에서 재수학원까지 이어지는 사교육의 굴레는 가계 뿐 아니라 국가 경제에 부담이 되는 수준까지 늘어났다.
‘대치동’이 대표하는 사교육 시장이 이토록 커지는 동안 정부라고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니다. 윤석열 정부는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며 지난해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해 사교육비는 4.5%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사교육을 받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사이의 격차도 심화하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24학년도 의과대학 입학생 중 네 명 중 한 명은 강남 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 출신이었다. 그 중 강남구 한 곳에서만 전체 의대 입학생의 20%가 배출됐다. 사실상 ‘대치동 교육’ 받은 아이들 판으로 변한 셈이다.
한국의 사교육 시장을 주무르는 대치동의 경쟁력은 어디서 올까. 두말할 것 없이 ‘경쟁’이다. 대치동을 비롯한 학원가에서 왕좌는 없다. 종로·대성학원 등이 장악했던 대입 시장은 ‘시대인재’라는 새로운 강자에 의해 재편됐다. ‘그 선생님 별로라던데?’ 입소문에 그동안 쌓아온 경력이 무너질 수 있다.
학생들은 영어유치원에 들어가기 위한 ‘4세 고시’, ‘7세 고시’ 등을 치르며 일찌감치 경쟁에 익숙해진다. 학부모들은 영어유치원 부터 영재교육원, 자사고, 특목고, 의대에 이르는 모든 단계에 필요한 입시 정보를 얻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한다. 유명한 학원 강사 수업을 듣기 위한 오픈런은 기본이고, 학원 시간을 맞추기 위해 조부모까지 동원한 ‘라이딩’을 이어간다.
한국경제신문·한경닷컴은 대치동의 속살을 살짝 드려다볼 수 있는 ‘대치동 이야기’ 시리즈를 기획해 매주 월요일 게재한다. 대치동을 긍정적으로만 평가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그 시스템을 모르면 한국 교육의 업그레이도 불가능하다. 대치동이 어디인지, 대치동의 왕좌는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그 안에서 살아가는 학생, 학부모, 강사들의 삶은 어떤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대치동 이야기를 써 내려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