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그룹을 떠나 홀로서기를 선언한 고려아연이 대규모 경력사원 채용에 나섰다. 2차전지 소재 등 신사업 강화를 위한 채용이라는 것이 공식 설명이지만, 비철금속 분야에서 영풍과 본격적인 경쟁을 위한 인력 쟁탈전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려아연은 오는 13일까지 서울 본사와 울산 온산제련소 등에서 일할 경력사원을 채용한다고 8일 발표했다. 서울 본사에선 △커뮤니케이션 △기획부문 △회계부문 △투자전략 부문의 인원을 채용한다. 울산 온산제련소는 연구원과 경영지원(회계, 인사, 총무), 설비지원, 전기 분야 등에서 일할 직원을 뽑는다. 계열사인 케이지그린텍과 케이지엑스는 안전관리 분야의 신입 및 경력 사원을 모집한다.
고려아연은 미래 성장 사업인 2차전지 소재와 신재생에너지, 자원 재활용 사업을 위한 인력 충원 작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영풍을 겨냥한 공세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고려아연의 주 사업 영역인 아연 제련은 고려아연과 영풍이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점 형태인 국내 시장은 전문가 풀(pool)이 크지 않다”며 “한정된 인력을 두고 쟁탈전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으로선 파견 형식으로 일했던 영풍 직원을 돌려보내는 과정에서 생긴 인력 공백을 메워야 한다. 고려아연은 최근의 분쟁 과정에서 영풍과 원료 공동 구매를 포함한 인력·정보 교류 프로그램을 모두 없애기로 했다.
고려아연과 영풍은 결별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달 29일엔 본사를 서울 논현동 영풍빌딩에서 서울 서린동으로 옮긴다고 발표했다. 지상 17층 규모인 영풍빌딩은 영풍 소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