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 반도체 생산 시설에 대한 투자 규모를 기존 계획보다 2배 이상 많은 440억달러(약 56조5000억원)로 늘린 건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잡기 위해서다.
현재 AI 반도체 시장은 그래픽처리장치(GPU) 같은 칩을 엔비디아 같은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의 설계대로 만들어주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와 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 같은 고성능 D램을 묶어 하나의 칩처럼 작동하게 하는 최첨단 패키징으로 구성된다. 삼성전자는 현재 짓고 있는 최첨단 파운드리 공장 옆에 200억달러를 투자해 생산 시설을 하나 더 지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40억달러를 투입해 최첨단 패키징 라인도 신축할 계획이다.
440억달러 투자가 완료되면 삼성전자 테일러 반도체 단지에서 파운드리, 최첨단 패키징으로 이어지는 ‘원스톱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된다. 엔비디아, AMD 같은 미국의 AI 가속기(AI 학습·추론에 최적화된 반도체 패키지) 전문 고객사 입장에선 삼성전자 테일러 공장에 물량을 맡기면 공급망을 단순화할 수 있게 된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원스톱 서비스는 ‘종합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가 고객사에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현지 연구개발(R&D) 시설도 신축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있는 텍사스 오스틴과 테일러 인근엔 텍사스주립대 오스틴캠퍼스(UT오스틴) 같은 명문 공과대가 있다.
삼성전자가 투자규모를 440억달러로 늘리면 미국 반도체 지원법에 따라 60억달러(약 8조원) 넘는 미 정부 보조금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14일 “삼성전자가 60억달러 이상의 보조금을 받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반도체업계에선 70억달러도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상무부와 아직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단일 기업으로 최대 보조금을 받는 기업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