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E&A(옛 삼성엔지니어링)와 GS건설이 ‘중동 축포’를 쏜 이후에도 일감을 더 많이 따낼 가능성이 높다.”
두 회사가 사우디아라비아가 발주한 72억달러(약 9조7000억원)짜리 ‘파딜리 가스 증설 프로그램’ 공사를 따냈다는 소식이 알려진 3일, 플랜트업계에선 이 같은 전망이 나왔다. 해외 플랜트 건설사업 특성상 수주 리스트가 길어질수록 일감을 따내기 쉬워진다는 이유에서다. 사우디 정부가 중장기 발전 계획인 ‘비전 2030’에 따라 가스 생산량을 늘리고 있는 만큼 국내 플랜트 기업의 추가 수주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혁신 기술 인정받은 삼성E&A
업계에선 발주처인 아람코가 8조원짜리 프로젝트 파트너로 삼성E&A를 콕 찍은 배경으로 모듈화 기술과 자동화 기술을 꼽는다. 모듈화는 플랜트 현장 밖에 있는 야드나 공장에서 모듈을 미리 제작한 뒤 현장에서 설치하는 방식이다. 날씨, 지형, 인력 등 각종 변수에 관계없이 작업을 진행할 수 있어 공기를 지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설계 자동화는 작업 시간을 단축하고 오류를 줄여 설계 품질을 끌어올리는 핵심 포인트로 꼽힌다. 삼성E&A는 창사 이후 최대 규모 수주를 따낸 만큼 본사 인력뿐 아니라 인도 태국 등 해외 지사에서 근무 중인 설계 엔지니어도 이 프로젝트에 참여시킬 예정이다.
이번 사업 수주로 삼성E&A가 올 하반기 사우디아라비아 석유화학 기업 알루자인이 발주하는 4조원짜리 플랜트 건설사업을 따낼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 알루자인이 이 공장의 사전 기본설계와 기본설계(FEED)를 삼성E&A에 맡긴 데다 이보다 큰 프로젝트도 따낸 만큼 EPC(설계·조달·시공) 공정을 맡길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삼성E&A는 사우디에서 총 37건의 프로젝트를 따낸 바 있다.
삼성E&A의 수주 전략인 ‘FEED to EPC’(기본설계부터 시공까지)가 수주 가능성을 높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FEED는 EPC 수행 전에 초기 설계와 견적을 내는 등 플랜트의 전체 틀을 그리는 작업이다. EPC 수주에만 올인해 왔던 기존과 다른 접근 방식이다.
삼성E&A는 10여 년 전 해외 저가 수주 경쟁 여파로 2016년 재무 위기를 맞자 사업 시스템을 재편했다. FEED to EPC, 모듈화, 자동화 작업에 속도를 낸 게 이때부터다. 증권가에선 삼성E&A의 올해 신규 수주 물량이 회사 목표치(12조6000억원)보다 많은 15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17~2023년 연평균 수주 물량(8조6000억원)의 두 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GS건설, 해외 플랜트 사업 재개
GS건설은 이날 아람코 프로젝트의 일부 공정인 패키지 2번 황회수처리시설 공사를 1조6000억원에 수주했다. GS건설은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해외 플랜트 사업을 본격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이 회사는 최근 몇 년간 유가 하락 등으로 해외 플랜트 건설 수요가 줄자 국내 사업에 집중해 왔지만, 해외 시장이 다시 열린 만큼 중동 등 전략시장 공략에 힘을 쏟기로 했다. GS건설의 지난해 플랜트 사업 매출은 300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2.2%에 불과했다. 2021년 1조2996억원, 2022년 5985억원에서 계속 줄었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다시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날 수주 소식에 삼성E&A와 GS건설 주가는 전일보다 각각 2.64%, 4.34%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