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하버-보슈법으로 암모니아 합성용 촉매를 개발하기까지 1만 번 이상 실험이 필요했다. 이처럼 신소재 개발은 예나 지금이나 설계부터 상용화까지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최근엔 인공지능(AI) 으로 신소재 개발 기간을 단축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여기에 로봇까지 접목하면 사람의 개입 없이 1년 365일 24시간동안 소재 연구를 할 수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계산과학연구센터 한상수 박사와 김동훈 박사 연구팀은 고려대 화공생명공학과 이관영 교수와 함께 로봇이 혼자 알아서 연구하는 '무인 로봇 연구실'을 개발했다고 3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로봇 팔을 기반으로 나노 입자를 합성하고 이 입자의 광학적 특성을 측정하는 자동화 장치를 개발했다. 여기에 AI를 접목해 연구자가 원하는 소재의 물성을 입력하면 해당 물성을 충족하는 나노 소재를 합성하도록 했다.
KIST 관계자는 "무인 로봇 연구실은 기존 AI 기술인 베이지안 최적화 방법에 '얼리 스톱핑' 을 접목해 소재 탐색 효율을 500배 이상 높였다"고 설명했다. 얼리 스톱핑은 모델이 과적합되는 것을 막기 위해 훈련을 중지시키는 것으로 대규모 신경망 학습에서 활용된다. 사람이 하는 실험은 연구 환경이나 연구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지만 무인 로봇 연구실은 다르다. 일관성 있는 양질의 데이터를 대량 생산할 수 있다. 안전 사고를 사전에 감지하고 예방하는 AI 비전 기술도 넣었다. 실험실 내 장비와 재료 등 다양한 물체를 감지해 화재 등 이상이 생기면 바로 알람을 보낸다.
연구팀은 촉매,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분야로 무인 로봇 연구실을 확장할 계획이다. 한상수 박사는 "고령화 등 연구 인력 감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R&D 패러다임을 무인 로봇 연구실이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훈 박사는 "비전문가도 무인 로봇 연구실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챗GPT와 같은 대화형 언어모델을 접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실험실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구축됐다. 관련 논문은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 등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