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과 31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차려진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빈소를 찾은 각계 인사들은 조 명예회장에 대해 이렇게 회상했다. 1960년대부터 한국 경제의 ‘한축’이던 섬유산업에서 혁신을 이어온 조 명예회장에 대한 평가다. ‘발이 넓었던 분’으로도 기억했다. 그는 산업 이슈 해결을 위해 전국경제인연합회(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등을 맡으며 정부·재계·학계·법조계 등 다양한 인물과 만나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 왼쪽 첫번째)은 모친인 홍라희 여사와 함께 4대 그룹 수장 중 처음으로 빈소가 차려진 지 1시간 만에 장례식장을 찾았다. 조 명예회장 부친인 조홍제 효성 창업주와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각별한 사이였던 만큼 두 집안의 관계가 남다르다는 설명이다. 조 창업주와 이 창업주는 삼성물산을 공동 창업했다. 특히 홍 여사는 2시간40분간 빈소에 머물렀다. 홍 여사는 조 명예회장의 부인 송광자 여사의 경기여고와 서울대 미대 1년 후배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두 번째)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세 번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류진 한경협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김윤 삼양사 회장, 이우현 OCI 회장, 최창원 SK수펙스협의회 의장 등 재계 인사들도 빈소를 찾았다. 최창원 의장은 “산업계에 큰 영향을 준 훌륭하신 분”이라고 했고, 김윤 회장은 “섬유산업의 큰 선구자셨는데 아주 큰 거목이 가셨다”고 했다. 조 명예회장 동생인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명예회장(네 번째)과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도 빈소를 방문했다.
정관계 및 법조계 인사의 조문도 이어졌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첫 번째 총리직을 수행할 때 전경련 회장으로 만난 인연이 있다”며 “경제계를 살리기 위해 규제개혁 등의 이슈에서 정부와 함께 많은 일을 해주신 분”으로 떠올렸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국제 금융위기가 와서 경제가 어려울 때 조 명예회장이 인솔해 기업인들이 협조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김진표 국회의장,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 김동연 경기지사, 최준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 김영무 김앤장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등도 빈소에서 고인을 추모했다.
조 명예회장의 차남인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은 상주가 아니라 조문객으로 빈소를 찾았다. 조 전 부사장은 형인 조현준 효성 회장 및 효성 임직원 등을 2014년 횡령·배임 혐의로 고소·고발해 ‘형제의 난’을 일으켰다. 이후 가족과 의절하고 왕래를 끊은 채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