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배터리 1위 업체인 중국의 CATL이 포드에 이어 제너럴모터스(GM)와도 미국에 배터리 합작 공장을 짓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우회하기 위해 CATL은 지분 투자 없이 기술만 제공하는 구조다. 한국 배터리사가 고성능 하이니켈 배터리에 ‘올인’한 사이 보급형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앞세운 중국의 침투가 거세지고 있다.
29일 중국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GM은 CATL과 LFP 배터리 기술 라이선스 계약을 협의 중이다. 두 회사는 미국 또는 멕시코에 연 20GWh 이상 규모의 합작공장을 짓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GM이 공장 지분 100%를 보유하고 CATL에는 기술 제휴를 통한 로열티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중국 자본의 지분율이 25% 이상인 합작법인을 ‘해외우려단체(FEOC)’로 지정해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미국 IRA 규정을 우회할 수 있다. 포드는 이미 이런 방식으로 CATL과 미국 미시간주에 연 20GWh 규모 LFP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중국 LFP 배터리를 향한 GM의 ‘러브콜’은 예견됐다. GM은 올초 미국 정부에 “기술 라이선스 계약의 주체가 FEOC로 지정되지 않도록 고려할 수 있는 요소를 자세히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포드-CATL 합작을 지켜본 GM이 같은 방식을 추진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내놨다. 전기차 전환에 어려움을 겪는 GM은 수요 둔화와 수익성 악화를 단번에 뒤집을 중저가 LFP 배터리 조달이 절실한 상황이다. 폴 제이컵슨 GM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내년 내놓을 신형 볼트에 LFP 배터리를 적용하면 수십억달러를 아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 양대 완성차 업체가 CATL과 손잡으면서 현지 시장을 장악해온 한국 업체에 비상등이 켜졌다. 현재 GM은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와, 포드는 SK온과 협력하고 있지만 한국 배터리사들은 2026년에나 전기차용 LFP 배터리 생산이 가능하다. 전기차 전문매체 일렉트렉은 “더욱 저렴하고 열 안정성이 높은 LFP 배터리 시장이 급성장했지만 한국·일본 업체들은 기회를 잡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한국산 배터리를 적용한 전기차는 감산을 거듭하고 있다. 포드는 다음달 1일부터 SK온의 배터리를 쓰는 전기 트럭 F-150 라이트닝의 생산 인력을 기존 2700명에서 700명으로 대폭 줄인다.
GM은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를 장착하려던 전기차 신모델 생산을 줄줄이 연기 또는 취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