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창사 이래 첫 전사 희망퇴직을 추진하자 노조가 "회사의 냉철한 자기 분석과 반성을 바란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마트의 대표교섭노조인 전국이마트노동조합(한국노총)은 26일 성명을 내고 "(이마트) 사원을 패잔병 취급하고 있다"며 "사측의 냉철한 자기 반성과 분석이 우선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앞서 이마트는 지난 25일 근속 15년 이상인 밴드1(수석부장)부터 밴드3(과장) 직원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 공고를 게시했다. 희망퇴직 신청자에게는 법정 퇴직금 외에 특별퇴직금으로 기본급 40개월치와 생활지원금 2500만원, 직급별로 전직 지원금 1000만∼3000만원 등을 지원한다. 희망퇴직 신청 기간은 다음달 12일까지다. 지난해 첫 연결 기준 적자를 낸 상황에서 신용도가 처음으로 ‘AA-’로 추락하자 경영 효율화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조는 이번 희망퇴직에 대해 "신세계(그룹)를 국내 11대 기업으로 성장시킨 이마트 사원들이 이제 패잔병 취급을 받고 있다"면서 "백화점의 존재감이 미약할 때 할인점의 성공으로 그룹을 키운 사원들에게 이제 나가주길 바란다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며 주장했다.
이어 "구조조정(을) 할 수도 있다"면서도 "(회사의) 냉철한 자기반성과 분석이 우선돼야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오고 시장과 구성원이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또한 노조는 "희망퇴직'은 정말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진행되고, 희망을 줘야 할 조건이 돼야 하며, 그 전에 이마트가 '희망'이 있는 회사임을 고객과 시장, 사원이 공감할 수 있도록 경영하길 우리 교섭대표 노조는 강력히 바란다"고 촉구했다.
노조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경영진을 향해 날을 세웠다. 노조는 "본인은 회장님 되시고 직원들은 구조조정을 하는 현실을 우리는 어찌 받아들여야 할까"라며 "벌거벗은 임금님에 간신이 난무하는 회사에 아무리 핵심성과지표(KPI)를 바꾼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고 반문했다.
이마트가 점포별이 아닌 전사적인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것은 1993년 창사 후 처음이다. 연초 폐점을 앞둔 상봉점, 천안 펜타포트점에서 희망퇴직을 실시한 데 이어 전사로 인력 효율화 작업에 나선 모습이다. 이번 희망퇴직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지난해 말께부터 강도 높은 쇄신을 주문하고 성과주의에 초점을 맞춘 인사제도 개편을 본격 가동하고 나선 시점에 이뤄졌다.
지난해 말 이마트 직원은 전년보다 1100명가량 감소한 2만2744명이며 평균 근속 연수는 13년이다. 이마트와 함께 편의점 이마트24, 기업형슈퍼마켓(SSM) 이마트에브리데이 등 오프라인 3사 기능 통합 과정에서 경영 효율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마트는 최근 사업보고서에서 "저비용 구조를 확립해 수익성 개선을 지속하겠다"며 "업무 전반에 간소화 프로세스를 구축해 인력운영과 배치를 최적화하고 비핵심 자산 효율화 등을 통해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거뒀으나 자회사 신세계건설 부진 여파로 연간 첫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469억원으로 전년(영업이익 1357억원) 대비 적자로 전환했다. 본업인 대형마트 중심의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27%가량 감소한 1880억원이었다.
부진한 실적 등으로 최근 신용평가사가 이마트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22일 이마트의 장기신용등급을 기존 'AA(등급전망 부정적)'에서 'AA-(안정적)'로 하향 조정했다. 2020년 'AA'로 하향 조정된 후 처음으로 ‘AA-'로 밀려난 것.
대규모 투자 집행으로 인한 재무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유통업이 전자상거래(e커머스) 중심으로 전환된 점과 전망이 녹록지 않다는 점도 반영된 결정으로 풀이된다.
노조는 이에 대해 "산업이 전환되는 시점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시장은 선도하지 못했다"며 "작년에 이자 비용만 4000억원 가까이 지급하는 이마트의 현실이 참담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