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 회장이 가장 공들이는 신사업은 인공지능(AI) 분야다. 2019년 취임 직후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낙점한 뒤 수시로 사장단 회의를 주재하고 관련 계열사의 사업 현장을 찾는다. 진행 상황을 눈으로 직접 점검하고 임직원들을 독려하기 위해서다.
구 회장은 21일 AI용 반도체 기판인 FC-BGA(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를 생산하는 LG이노텍 경북 구미 공장을 방문했다. FC-BGA는 중앙처리장치(CPU) 및 그래픽처리장치(GPU), 통신용 칩셋 등에 주로 쓰이는 차세대 반도체 기판이다. 지난해부터 AI, 자율주행, 확장현실(XR) 등의 열풍으로 수요가 늘고 있다. LG이노텍은 2022년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구 회장은 최근 양산을 시작한 반도체 기판 제조 현장을 둘러봤다. 자율주행용 모빌리티, XR 기기 등 앞으로 주력이 될 미래 제품에 들어가는 부품 사업 현황 등을 두루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이노텍 구미 공장은 회사의 최대 고객사인 애플에 납품하는 카메라 모듈 제품 등과 함께 FC-BGA를 생산하는 핵심 기지다. LG이노텍은 애플 의존도를 낮추고 사업 다각화를 위해 2022년 FC-BGA 사업에 진출했다. 이를 위해 LG전자로부터 구미4공장 인수 건을 포함해 지난해까지 1조4000억원을 투자받았다. 구미 공장은 전체 공정 과정에 AI가 적용된 최첨단 ‘드림 팩토리’다. 지난달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FC-BGA 시장은 일본 이비덴과 신코덴키가 주도하고 있다. 대만 유니마이크론, 오스트리아 AT&S, 한국의 삼성전기 등이 뛰어들어 글로벌 기업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LG이노텍은 이르면 올 8월, 늦어도 10월 정도부터 이 분야에서 월매출을 의미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혁수 LG이노텍 대표는 이날 서울 마곡 본사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마친 뒤 “광학솔루션 사업을 세계 1위로 키운 경험을 토대로 FC-BGA 등 반도체 기판 및 전장 부품사업도 1등으로 키워낼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를 위해 지분투자, 인수합병(M&A)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LG이노텍은 또 다른 신사업 전장 부문에서도 5년 내 매출을 5조원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문 대표는 “전장 분야(차량용 카메라 포함)는 매출 2조원 정도인데, 5년 내 5조원대까지 올려보자는 목표를 세웠다”며 “수주 잔액이 13조원 정도 돼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