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신입으로 입사하여 뛰어난 업무성과를 보여주었고, 그 능력을 인정받아 ‘최연소’ 팀장이 되었습니다. A는 팀장으로서 의욕을 가지고 팀원들 앞에 나섰으나, 신입사원을 제외한 다른 팀원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합니다. A가 담당한 팀에서 A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은 신입사원뿐이었고, 그 외에는 입사동기를 비롯하여 만년 과장까지 모두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었습니다.
A가 담당한 팀은 업무 특성상 팀원들과 회의하고 업무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회의에서 A가 업무분장을 하려고 하면 팀원들은 A의 시선을 외면하였고, A가 팀원에게 사정하여 일을 맡기면 다른 일로 바쁘다면서 거절하거나 하는 시늉만 하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팀원들과 식사 자리를 가지고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해도 팀원들은 자신들끼리 앉아서 떠들고 A는 의도적으로 배제하기도 했습니다.
A는 매일 쌓여 있는 팀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모두가 퇴근한 후에도 회사에 남았고, 간혹 신입사원만이 A를 도와주었습니다. A는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하여 자신의 권위를 이용하여 강하게 팀원들에게 지시하고 질책하였으나, 돌아오는 것은 무시와 경멸의 시선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일은 A가 다 처리하는 식으로 팀의 업무가 계속되었는데, A는 우연히 그들끼리 하는 대화에서 “우리가 이렇게까지 하는데도 아직 버티네, 어린 것이 독하네”라는 말까지 듣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참지 못한 A는 곧장 상사를 찾아가 이러한 실상을 모두 토로하고는 팀장의 자리를 내려놓고 팀원들을 모두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하겠다고 합니다. 팀장으로서 팀원들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할 수 있을까요?
◆우위성 요건, 지위뿐 아니라 관계의 우위성도 따져봐야
A가 실제로 신고하게 되어 조사가 시작되면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에 따른 직장 내 괴롭힘 성립 여부는 '우위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입니다. 고용노동부는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 대응 매뉴얼(2023. 4.)'에서 우위성에 대하여 "피해 근로자가 저항 또는 거절하기 어려울 개연성이 높은 상태가 인정되어야 하며, 행위자가 이러한 상태를 이용해야 한다"면서 지위 또는 관계의 우위성, 혹은 지위와 관계가 복합적으로 우위성을 형성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관계의 우위성은 사업장 내 통상적인 사회적 평가를 토대로 수적 측면, 인적 속성(연령, 성별, 출신지 등), 업무 역량(근속연수, 전문지식 등), 근로자 조직 구성원 여부(노동조합 등), 업무의 직장 내 영향력(감사부서, 인사부서 등), 정규직·계약직 여부 등 사실상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보이는 모든 관계를 포함하여 판단하게 됩니다.
A는 팀원들에 대하여 지휘·명령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팀장의 지위에 있고, 직제상으로도 다른 직원들 위에 있으므로 지위의 우위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지위의 우위성에도 불구하고 신입사원을 제외한 팀원들은 A보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팀에 먼저 들어왔다는 이유 등으로 집단으로 A에게 자신들의 영향력을 행사하여 A와 팀의 업무를 방해한 정황이 있습니다.
A가 팀원들에 대하여 지위의 우위가 있고 관계의 우위성을 판단하는 것이 상대적이라고 하더라도, 팀원들이 자신들의 나이라는 인적 속성과 집단이라는 수적 측면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사실상의 영향력을 행사하였고, 이로 인해 A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으므로 A가 “관계의 우위성을 이용한 행위”라고 충분히 주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로, 중앙노동위원회에서는 하급자 19명이 그룹장을 대상으로 사임 요구 피케팅, 사임 요구 내용이 담긴 현수막 게시, 관련 내용 홍보물 배포, 연판장 작성 등을 한 행위에 대하여 상급자라고 하더라도 관계의 우위성(수적 측면)을 이용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며 사용자의 징계처분이 정당하다고 판정한 바 있습니다(중앙노동위원회 2022부해1388 판정 참조).
◆수직 아닌 수평…상호존중 문화 구축해야
최근 기업에서는 ‘최연소 임원’, ‘젊은 경영’ 등의 트렌드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고, 진학·휴학·졸업 유예·군대 등으로 인한 사회 진출의 지연, 승진을 포기하는 사람들의 증가, 경력직 유입의 증가, 능력 중심 인사관리 확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나이가 어린 상사와 나이가 많은 부하와의 관계를 자주 목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과거 연공서열 위주의 조직문화에서는 ‘위계’라는 점이 강조되었으나, 지금은 ‘수평’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수평적 관계에서는 '상하 존중'이 아니라 '상호 존중'이 필요합니다.
과거 상하 존중의 시대와 상호 존중의 시대에서 요구하는 구성원들의 문화는 전혀 다릅니다. 회사 차원에서 구성원들에게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교육하지 않는다면 상호존중의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 과거 상하존중의 시대에서의 관습이 A와 같은 핵심인재를 더는 성장하지 못하도록 막을 것입니다.
따라서 나이 어린 상사와 나이 많은 부하가 조화롭게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태도가 형성될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다양성을 창출하고, 다양성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경험하도록 하되, 세대 간 존중하는 소통법에 대한 교육도 주기적으로 함께 진행하여 상호 존중의 문화를 조직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