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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그냥 지켜볼 수는 없었다"…尹에 전달된 보고서
2024/03/18


주한 美상의, 尹대통령에 '기업 유치 보고서' 전달

"기업들 '脫중국'…한국, 亞허브 될 절호의 기회"
韓, 아·태 본부 선호국 조사서 싱가포르 이어 2위
중대재해법·주52시간 등 과도한 규제가 걸림돌



“수시로 나오는 비정기 세무조사, 융통성 없는 주 52시간 근무제, 최고경영자(CEO)만 괴롭히는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같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은 규제만 풀어도 글로벌 기업이 아시아·태평양 본부를 한국으로 옮길 가능성이 높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가 최근 ‘글로벌 기업들의 아태 본부를 한국으로 유치하자’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기업의 요구사항을 한국 정부에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하는 암참이 ‘기업 유치 전략 보고서’를 작성해 한국 대통령에게 제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임스 김 암참 회장은 18일 기자와 만나 “미·중 갈등 여파로 수많은 글로벌 기업이 중국과 홍콩을 떠나는 절호의 기회를 한국이 놓쳐서는 안 된다”며 “외국 기업의 한국 진출을 막는 과도한 규제를 완화해주면, 암참이 나서 글로벌 기업들이 아태 본부를 한국에 설치하도록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암참이 작성한 ‘한국의 글로벌 기업 아태지역 거점 유치전략 보고서’는 외국 기업의 한국 입성을 막는 과도한 규제로 △주 52시간 근무제 △비정기 세무조사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중대재해처벌법 등을 들었다. 보고서는 “싱가포르는 정규 근로시간(주 44시간) 외에 한 달에 72시간까지 초과 근무를 허용하지만, 한국은 1주일 단위로 근무시간을 규제하는 탓에 업무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암참은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을 “CEO들의 한국행(行)을 막는 대표적 규제”로 꼽았다. 김 회장은 “정작 괴롭힌 가해자는 내버려 두고 사용자(CEO)를 처벌하는 법에 많은 외국 CEO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했다. 보고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규제만 정비해도 많은 글로벌 기업이 아태 본부를 한국으로 옮길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최근 암참이 최근 800여 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한국이 싱가포르에 이어 ‘아태 본부를 두고 싶은 국가’ 2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싱가포르 등에 비해 낮은 생활비, 정보기술(IT) 인프라와 한류 문화, 교육 여건 등이 매력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한국만의 과도한 규제 풀면 외국 기업 유치 싱가포르 넘는다"
'차이나 엑소더스'는 마지막 기회…"민·관, 기업 유치 함께 뛰자"
애플,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최근 5년 동안 중국에서 사업을 철수했거나 생산 기지를 옮긴 미국 기업들이다. 저렴한 노동력과 풍부한 내수 시장을 보고 진출했지만, 중국정부의 자국 우선주의에 미·중 갈등이 겹치면서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상황이 됐다.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회장은 “예측 가능성은 글로벌 기업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 요소”라며 “‘차이나 엑소더스’가 현실화되면서 한국으로 아시아·태평양 본부를 옮기려는 기업들의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암참이 1953년 설립 후 처음으로 글로벌 기업 유치에 대한 보고서를 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 회장은 “한국이 아시아의 비즈니스 허브가 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왔는데 그냥 지켜볼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에 찾아온 마지막 기회”
암참이 내놓은 ‘한국의 글로벌 기업 아태지역 거점 유치 전략 보고서’는 미·중 갈등과 코로나19 봉쇄 등으로 시작된 기업의 탈중국 현상에 주목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을 떠나는 과정에서 한국과 싱가포르, 일본 등이 대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리적으로 중국과 가장 가까운데다 전력·IT 등 산업 인프라가 뛰어나 ‘차이나 엑소더스’의 최대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게 암참의 분석이다. 보고서는 “아시아 본부를 유치하면 공장 등 추가 투자 역시 그 지역에 집행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싱가포르와 한국의 기업 유치 성과도 비교했다. 싱가포르에 아태 본부를 둔 기업은 5000개에 달하지만 한국은 100개도 안된다. 수많은 기업이 떠난 홍콩(1400여개)에도 못 미친다.

암참은 뛰어난 인프라와 생활 여건에도 한국이 해외 기업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로 ‘규제’를 꼽았다. 보고서는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형사책임 리스크를 첫 손에 꼽았다. 암참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과 비교해 훨씬 무거운 징역형 또는 벌금형을 부과하고 있다”며 “(향후 본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훌륭한 CEO들이 한국행(行)을 꺼리는 이유”라고 했다. 보고서는 “고의로 범죄행위에 가담한 경우에 한해 책임을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디지털 규제도 발목
보고서는 해외 IT기업 진출의 발목을 잡는 디지털 규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클라우드와 관련한 규제 정도를 보여주는 ‘글로벌 클라우드 데코시스템 지수’에서 한국은 7.7점으로 중국(6.5점)에 이어 ‘밑에서 2위’였다. 홍콩(8.6점), 일본(8.7점), 싱가포르(8.8점)보다 크게 낮은 수치다. 보고서는 “한국에선 자체 데이터센터를 갖지 않으면 정부가 주도하는 클라우드 서비스에 뛰어들기 힘들다”며 “데이터센터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입찰이 가능한 싱가포르 등과 비교가 된다”고 설명했다.

낮은 노동 유연성과 주 52시간 제도 역시 걸림돌이라고 설명했다. 암참은 “싱가포르 등은 경영 상황에 따라 인력을 채용하거나 정리해고하는 게 한국보다 훨씬 쉽다”며 “한국은 한 번 고용하면 해고가 어려워 경영상황에 따라 인력을 늘리고 줄이는 게 너무 어렵다”고 했다.

법인세를 낮춰야 한다고 내용도 보고서에 담겼다. 현재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4%로, 싱가포르 17%, 홍콩 16.5% 보다 훨씬 높다. 싱가포르가 아시아 본부를 둔 기업에 대해 법인세를 5~10% 수준으로 깎아주는 걸 감안하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태국과 말레이시아도 아시아 본부를 둔 기업에 한해 법인세를 5~10% 포인트씩 낮춰준다.

보고서는 “인건비와 지대, 규제·노동 여건 등을 고려하면 한국의 투자 매력도가 높은 편은 아니다”라며 “아시아 본부를 두는 기업에 한해 인센티브를 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부정적인 내용만 담긴 건 아니다. 아시아 허브 역할을 하고 있는 싱가포르를 떠나려는 글로벌 기업이 많다는 건 한국에 더할나위 없는 기회다. 김 회장은 “싱가포르 진출기업중 상당수가 높은 인건비와 물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싱가포르가 포화상태에 놓여있다는 분석이 많다”고 말했다.

김우섭/김형규/성상훈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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