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그룹은 23일 본입찰 서류 제출을 한 시간여 남겨 놓은 오후 4시까지 최종 입찰 참여 여부를 놓고 ‘끝장토론’을 벌였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주재로 그룹 최고위 관계자만 모여 비밀리에 회의를 연 것으로 전해졌다. 결론은 참전. 매각 주관사인 서울 서초동 삼성증권 사옥에서 대기 중이던 하림 실무진은 마감 시간을 30여 분 남겨 놓고 서류를 제출했다.
눈치를 살피던 동원그룹 실무진은 마감 10분 전 서류를 냈다. LX는 결국 입찰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007 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
○하림과 동원, 얼마 썼나
삼성증권은 이날 본입찰을 마무리하고 곧장 평가 작업에 들어갔다. 매각 측은 인수 희망 가격 외에 자금 조달 계획과 인수 뒤 경영 계획 등을 종합 평가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입찰 결과가 나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인수 후보군에 이르면 1주일 내 평가를 마무리하고 우협을 선정할 수도 있다고 언질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선 유력 인수 후보인 하림과 동원그룹이 인수 희망가로 6조원 안팎을 적어낸 것으로 보고 있다. 두 기업은 인수전을 준비하며 그룹 자금력을 총동원해 인수 자금 마련 계획을 세웠다.
하림은 인수금융을 포함해 최대 6조500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 계획을 마련했다. 컨소시엄을 함께 꾸린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가 7500억원을 마련하고, 우호 세력인 호반그룹의 힘도 빌린다. 팬오션이 50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하면 호반에서 이를 받아주기로 했다.
동원은 재무적투자자(FI)의 손을 잡지 않고 인수금융도 최소화하는 전략을 마련했다. 산은이 재무적 안정성을 고려해 자기자본 비율을 중요한 평가 요소 중 하나로 보겠다고 공언한 데 따른 대응이다. 동원은 본입찰을 열흘가량 앞두고 사업 시너지 등을 고려해 인수 주체를 그룹 지주사인 동원산업에서 동원로엑스로 바꿨다.
○입찰가, 산은 제시 ‘예가’ 넘을까
입찰이 성사되려면 최소 한 곳의 적격인수후보가 적어낸 인수 희망가가 산은이 미리 정한 매각예정가격보다 높아야 한다. 시장에선 산은이 HMM 주가를 기준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매각예정가격을 7조원 안팎으로 정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산은이 반드시 주가를 기준으로 매각예정가격을 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매각예정가격을 정했을 가능성은 낮다. 자칫 특혜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부담 때문이다.
하림과 동원이 이런 상황을 고려해 인수 희망가를 7조원 이상으로 써냈다면 입찰은 성사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지나치게 높은 가격으로 HMM을 품었을 경우 ‘승자의 저주’가 우려된다. 이미 해운업황은 고꾸라진 상황이다. 올 3분기 HMM의 영업이익은 작년 대비 97% 급감했다.
두 기업 모두 자기자본이 충분하지 않은 만큼 인수대금을 마련할 때 대규모 차입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큰 부담이다. 글로벌 금리 인상 여파로 최근 인수금융 금리는 연 7~8%대에서 형성돼 있다. 3조원을 연 8%에 빌리면 이자 부담만 1년에 2400억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