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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그릇 싸움하다 응급차 후송…현대차 노노혈투 점입가경
2021/10/04


현장에서

현대차 노·노 난투극…막장 치닫는 물량 이기주의

울산-전주공장간 물량이관 놓고
노조원간 폭력사태 응급차 후송
노조 집행부는 자성없이 회사 탓

글로벌 업계 생존 발버둥 치는데
현대차 노조 이기주의에 아연실색

김형규 산업부 기자



[ 김형규 기자 ] 지난달 30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본관 앞. 붉은 머리띠를 맨 울산4공장 노조원과 베이지색 점퍼를 입은 전주공장 노조원 사이에 거친 욕설이 오갔다. 전주공장에 울산4공장에서 생산 중인 팰리세이드와 스타리아 일부 생산 물량의 이관을 논의하기 위한 고용안정위 본회의를 앞두고서다.

4공장 노조는 생산량 이전을 막기 위해 지난달 27일부터 본관 앞에 천막을 치고 밤샘 시위에 들어갔다. 전주공장 노조의 거센 항의에 서로 멱살을 잡고 몸을 밀치면서 충돌이 벌어졌다. 급기야 전주공장 노조 간부가 쓰러져 응급차로 후송되기도 했다. 사측을 향해 칼날을 내밀던 현대차 노조끼리 이례적인 ‘노노 혈투’가 벌어진 것이다. 이날 오후 1시로 예정된 고용안정위 본회의는 열리지 못했다.

전주공장 노조는 “현대차 노조는 이제 죽었다”는 게시물을 배포하며 강하게 울산4공장 노조를 비판했다. 남양연구소, 아산공장 등 다른 사업장 노조도 4공장 노조에 공식 사과를 요구하며 갈등이 계속 깊어지고 있다.

4공장 노조가 팰리세이드를 지키려는 이유는 ‘밥그릇’ 때문이다. 국내는 물론 미국에서도 인기리에 팔리는 팰리세이드를 4공장에서 생산해야 고용 안정을 지킬 수 있어서다. 반면 상용차를 주로 생산하는 전주공장은 판매 부진으로 휴업을 반복해 직원들의 임금마저 줄어든 상황이다.

자동차업계는 물론 다른 완성차업체 노조도 ‘공장 이기주의’에 아연실색했다. 한 완성차업체 노조 관계자는 “심지어 4공장에 백오더(주문 대기 물량)가 있음에도 (다른 공장) 형제들의 어려움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 황당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도 현대차 노조 집행부는 “전주공장의 절박함과 사측에 대한 불신으로 물량 나누기에 동의하지 못하는 4공장의 입장을 이해한다”고 회사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산업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상황에서 현대차 노조끼리 벌인 때 아닌 ‘물량 혈투’는 헛웃음을 자아낸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자동차 기업이 시장 상황에 맞춰 생산량을 유연하게 조절할 때, 현대차에선 생산 물량이 노조의 인질로 잡힐 판”이라고 꼬집었다.

김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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