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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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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한경TV 공동 기획
현장 누비는 K전사들

아프리카서 두 달 숙식, 암병원 수주

삼성물산, 5t 트럭 분량 서류 준비
경쟁사 제치고 9400만弗 계약 성공

DL이앤씨 직원은 러시아어 열공
모스크바 정유공장 사업 따내



[ 강경민/하헌형 기자 ]
삼성물산은 지난해 코트디부아르 국립암센터 건설사업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2024년까지 200개 병상의 암전문병원을 짓는 9400만달러(약 11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였다. 후속 사업으로 의료 기자재 공급과 의료 인력 교육까지 맡을 수 있어 다른 나라 건설사들도 눈독을 들였다. 수주까지는 난관의 연속이었다. 삼성물산 수주팀은 비행편을 어렵게 잡아 30여 시간 만에 현지에 도착했지만, 발주처 담당자를 만나는 일부터 쉽지 않았다. 방역 문제로 한곳에 모여 회의하기도 어려웠다.

현지 상황을 파악한 뒤 한국으로 돌아와 수주 전략을 가다듬으려던 계획은 접을 수밖에 없었다. 한국을 오가다가는 자가격리에 시간을 허비할 게 뻔해 코트디부아르에 남기로 결정했다. 수주팀은 두 달여간 현지에 머물며 최대한 많은 정보를 파악해 발주처의 요구 조건을 거의 완벽하게 맞췄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영어와 프랑스어 두 버전으로 작성한 입찰 서류를 제출하기 위해 5t 트럭을 빌렸을 정도”라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지난 5월 경쟁사를 제치고 수주에 성공했다.
현장에서 악전고투…K기업의 수출 전사들
위기에 강한 한국 기업들의 DNA는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위기 속에 더 빛을 발하고 있다. 올해 한국의 수출 총액은 2018년(6049억달러)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6000억달러 돌파가 유력하다. 해외시장 개척의 선봉에 선 기업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경제계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해외 경쟁사들이 위축돼 있을 때 공격적으로 치고 나가 성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건설이 지난 1, 7월 페루 친체로 신국제공항의 1단계 및 2단계 공사를 따낸 것도 치밀하게 준비해 공격적으로 수주에 나선 덕분이었다. 수주팀은 건설 공사 발주가 나오기 전부터 시장조사를 벌여 필요한 정보를 축적했다. 특히 현지 통금령 등 코로나19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를 고려한 대응 시나리오까지 마련했다.

3월 3271억원 규모의 러시아 모스크바 정유공장 현대화 사업 수주에 성공한 DL이앤씨(옛 대림산업) 직원들은 미리 러시아어를 공부해 발주처 직원들과 직접 소통하는 능력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회사 관계자는 “러시아는 반드시 뚫어야 할 시장으로 설정하고 수년간 준비하며 발주처에 신뢰를 심어줬다”고 말했다.
코로나 맞춤형 전략으로 시장 뚫어
수십 년간 이어지던 비즈니스 방식과 관행을 과감하게 바꿔 성공한 사례도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지난해 수주한 멕시코 도스보카스 정유 프로젝트의 설계·조달·시공(EPC) 사업이 대표적이다. 수주액 4조5000억원 규모로, 1970년 창립 이후 최대 규모의 성과였다. 한 달 뒤엔 말레이시아에서 1조2000억원 규모의 대형 메탄올 플랜트까지 따냈다.

경쟁사들이 돈이 되지 않는다며 외면하고 있던 ‘기본설계(FEED)’가 수주의 일등 공신이었다. 기본설계는 플랜트의 전체적인 틀을 정하고 설계와 견적의 기초를 설정하는 작업인데, 대부분 플랜트 업체는 발주처의 까다로운 요구에 시달려야 하고 계약금액도 많지 않다는 이유로 이를 전문 업체에 넘겨왔다. 반면 삼성엔지니어링은 기본설계와 EPC를 연계하는 전략을 내세워 발주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회사 관계자는 “기본설계부터 우리가 하겠다고 제안하니 발주처가 ‘그렇게 해주면 더 믿을 수 있다’며 환영했다”면서 “경쟁사의 허를 찌른 전략이 먹혔다”고 말했다.

‘코로나 맞춤형 전략’으로 성과를 거둔 기업도 있다. LX인터내셔널(옛 LG상사)은 지난해 인도네시아에 한국산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기부한 것을 계기로 새로운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인도네시아에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되자 LX인터내셔널은 국내 의료기기 중소기업인 바이오세움과 계약을 맺고 진단키트 물량을 확보했다. 물량을 기부하자 인도네시아 의료 업체들은 곧바로 계약을 체결하자고 제안했다.

강경민/하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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