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1부터 치열하고 계획적인 '고입'
내신은 '기본' 고교 선행도 필수적
최상위권만 모집하는 '시크릿 과외'
사교육비 증가율 일반고 2배 넘어
관리형 스터디카페서 '1:1 밀착 관리'
건강관리 신경 쓰는 부모들 한의원으로※ 한국경제신문과 한경닷컴은 매주 월요일 대치동 교육현실의 일단을 들여다보는 '대치동 이야기'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서울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에 거주하는 중학교 2학년 A양은 학구열이 높기로 유명한 여중에서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A양의 목표는 '전사고'(전국단위 자율형사립고등학교) 입학, 1순위는 하나고등학교다. 그는 매일 등교 준비를 하며 영어 회화 오디오를 반복적으로 듣는다. 오전 7시 30분. 출근길 부모님의 차를 함께 타고 5분 내외로 학교에 도착해 바쁜 하루를 시작한다.
학교 수업은 집중해 듣는다. 쉬는 시간엔 '선생님에 5분 질문+5분 복습'을 이어간다. 하교 시간인 오후 3시 10분. 학교 앞에서 대기하던 부모님의 차를 타고 간식을 먹으며 학원 또는 '관리형 스터디카페'로 이동한다. 오후 10시. 대치동 학원가 대로변엔 하원 시간에 맞춰 라이딩하러 온 부모들의 차가 줄지어 있다. A양 부모의 차량도 그중 하나다. 귀가 후에는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를 자진 반납한다. 이 상태로 온라인 강의 청취 등 자습을 이어가다 밤 12시 잠자리에 든다.
그렇다고 혹독하게 공부만을 하는 건 아니다. 비타민·영양제 복용을 비롯한 건강관리는 필수다. A양은 대치동 유명 한의원에서 받아온 '총명탕'도 복용한다. 이 한의원에서 장시간 앉아 굳은 몸을 풀어주는 치료를 15분간 받은 뒤, 스터디카페로 복귀하는 게 코스다.
중1부터 '치열하게' 고입 준비…'시크릿' 그룹 과외까지
대치동에서 하나고와 같은 '톱' 전사고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중학교 1학년부터 구체적인 진로·진학 방향성을 잡는다. 이때 유명 학원 입시 컨설팅 전문가가 진행하는 '입시 설명회'를 듣는 건 필수다. 경쟁이 치열한 D 학원 입시 설명회의 경우 3회에 3만원을 내야 한다. 매 분기 '선착순 조기 마감'된다. 부모들은 설명회 통해 자사고별로 추구하는 인재상, 교육과정, 학비에 대한 정보를 얻고 아이와 잘 맞는 교육과정인지도 파악할 수 있다.
전사고는 대체로 중학교 3년 동안 국·영·수·과 주요 과목 내신 'A등급'을 유지한 학생들만이 첫 관문을 통과하기 쉽다. 경쟁률은 치열하다. 올해 특목·자사고 입시에선 하나고가 200명 모집에 567명 지원, 2.84대 1의 경쟁률로 전체 1위를 차지했다.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주요 과목 교과 고등 과정 선행이 필수다. 자사고 진학을 앞둔 부모들은 소수정예 특별반, 소규모 그룹과외를 선호한다. 최상위권 아이를 둔 부모들에겐 이른바 '돼지엄마'가 “함께 팀을 꾸리자”고 접근하기도 한다. 같은 학교 1·2등이 함께 팀을 구성하면 안 된다는 암묵적 규칙도 있다. 구성 인원은 남·여 분리되는 경우가 많고, 학교도 A 여중 2명, B 여중 2명씩으로 한 학교에 여러 학생을 두지 않는다.
돼지엄마로부터 연락받아 '자사고 특별반'에 들어갔다는 학부모 배모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아이의 성적이 좋았는데, 중학교 입학과 동시에 돼지엄마가 '영재반'에 관심이 있냐'고 연락이 왔다"며 "당시 돼지엄마가 유명 강사에게 '학생 4명을 모아서 왔다'고 하니 강사가 '한 달에 4회, 400만원을 제안했다. 그렇게 4명이 각각 100만원씩 냈다"고 설명했다.
100만원 '입시 컨설팅'에 이색학원까지…사교육비 '폭탄'
여기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전문 입시컨설팅 상담가를 통해 자기소개서 준비와 면접을 위한 실전 연습에 들어가야 한다. 준비물은 학교 생활기록부. 상담 시간은 1회에 보통 1시간으로 제한된다. 가격대는 상담가가 설정하기 나름이라 달마다 최소 2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다양하다. 경시대회와 수행평가 준비를 위한 학원도 따로 다녀야 한다. 이렇게 되면 일반고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보다 사교육비가 배로 뛸 수밖에 없다.
교육부·통계청의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자사고 진학 희망생의 사교육비 증가율은 7.4%로, 일반고 희망생(3%)의 두배가 넘었다. 같은 해 자사고 진학 희망 중학생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74만8000원. 실제로는 이를 능가한다는 게 부모들의 설명이다. 한 대치동 학부모는 "고입을 준비하는 3년간 한 달에 평균 300만원을 썼다"고 했다.
대치동 중학생들의 사교육비는 다소 '이색적인' 학원으로도 향한다. 그중 하나가 속독학원이다. '수능 국어 지문을 수월하게 읽기 위해', '문제 풀이할 때 속독하면 기억하는데 확실하게 도움이 돼서' 등의 이유로 찾는다. 각종 코딩 경시대회, 탐구보고서 대회 참여를 위해 '중등 코딩학원'도 많이 간다. 대치동 한 코딩학원 관계자는 "2025년부터 초·중·고 코딩 교육이 의무화되는 것을 고려하면, 어릴 때부터 코딩에 익숙해지는 것이 좋다"고 했다.
'관리형 스터디카페'서 '계획형 인간' 되는 아이들
전사고 입학 후에는 대부분이 기숙 생활을 하다 보니, 학원에 다니며 사교육에 집중할 시간이 줄어든다. 그런 만큼 미리 자기주도학습을 실현하고자 하는 분위기다. 이때 부모들의 눈은 관리형 스터디카페로 향한다. 대치동 '관리형 독서실'은 고교생부터 출입이 가능하지만, 1대1 코칭을 함께 해주는 관리형 스터디카페는 중학생부터 환영한다. 가격대는 4주 기준 32만원, 69만원, 74만원으로 다양한데, '프리미엄'이 붙을수록 가격이 오르는 구조다.
대치동 학부모들에게 입소문이 난 'K' 관리형 스터디카페는 3명의 선생이 하나의 학생에 붙어 돌봐준다. 학습 플랜 단계에 따라 눈높이에 맞춰 커리큘럼을 구성한다. 학습 관리 차원에서는 학습 전략 코칭 상담, 영어단어 및 오답 관리, 암기 시트 제공, 일일 주간 공부량 관리, 인터넷 강의 학습 진도 관리, 일일 공부 체크 점검 등을 제공한다.
아이의 습관과 생활 관리도 꼼꼼하게 체크한다. 등·하원 시간 체크부터 휴대폰 사용 금지 조항, 1일 30분 수면 관리, 플래너 작성 관리, 출입 문자 외출 관리 등을 철저히 한다. 부모는 한달에 한 번 리포트 형식으로 아이의 취약점이나 학습 능력, 태도, 목표치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건강'…중등부터 '총명탕' 찾는다
대치동 엄마들은 무엇보다 아이들의 건강관리에 큰 힘을 쏟는다. 대치동 맘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 추천이 잦은 건 총명탕이다. 총명탕은 고3 수험생을 위한 맞춤형 한약으로 자리 잡은 지는 오래지만, 이젠 다소 바쁜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는 중학생을 둔 엄마들 사이에서도 인기다.
대치동 학원가에는 유명 학원 건물에 한의원이 같이 붙어있는 경우도 많다. 아이들의 이동 시간을 줄이기 위해선 최적의 조건이다. 대치동 한 한의원 의료진은 "오는 환자들 대부분이 대치동 부모들이지만, 지방에서 애들을 데리고 대치동 학원에 다니는 겸 병원까지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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