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5대 강국' 기로에 선 한국
① 수출 한·일전 첫승 노린다
'4개의 엔진' 달고 뛰는 한국
자동차 원맨쇼만 남은 日2022년 일본 국내총생산(GDP)은 4조2320억달러였다. 같은 기간 한국(1조6740억달러)의 2.5배에 달하는 수치다. 경제 규모가 40%에 불과한 한국의 수출이 올해 1분기 일본을 3% 이내로 추격할 수 있었던 원인을 통상 전문가들은 주력 수출 품목의 차이에서 찾았다. 일본이 자동차라는 강력하지만 하나뿐인 엔진으로 수출시장에서 승부한다면 한국은 반도체에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까지 4개 엔진으로 경쟁한다는 것이다.
○반도체에 차화정 가세한 韓 수출
28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외신 등에 따르면 일본의 수출은 도요타로 대표되는 자동차산업이 좌우한다. 지난해 일본 전체 수출에서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17.1%에 달했다. 두 번째 수출 품목인 반도체·전자부품의 비중은 5.4%에 불과했다.
세계 반도체 시장의 50%를 차지하고 소니 워크맨이 세계를 제패하던 1980~1990년대에는 일본도 자동차와 전자의 쌍발엔진을 보유했다. 하지만 반도체와 전자 시장 주도권을 한국에 내준 이후 일본의 수출은 ‘자동차 1강’ 구도로 변했다.
한국은 반도체가 전체 수출의 15.6%를 차지하지만 자동차 비중도 11.2%에 달한다. 일반기계(8.5%) 석유제품(8.2%) 석유화학(7.2%)까지 포함하면 수출 비중이 10% 안팎인 품목이 다섯 개다. 주력 품목 하나가 부진해도 나머지 수출품으로 보완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반도체 수출이 부진했던 지난해에는 자동차가 한국의 수출을 지탱했다. 올해는 한국의 반도체 수출이 빠르게 회복되면서 1분기 양국 간 수출 격차가 3% 이내로 좁혀졌다.
일본의 수출은 2011년 역대 최대 규모인 8232억달러를 기록한 이후 20년 넘게 7000억달러 안팎의 박스권에 갇혀 있다.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30년’에 신음하는 동안 수출은 ‘잃어버린 20년’에 빠진 것이다.
2010년 4664억달러였던 한국의 수출은 지난해 6322억달러로 36% 늘었다. 2009년 4월 처음으로 세계 수출 대국 10위권에 진입했고, 2022년에는 6위에 올랐다. 반도체가 부진했던 지난해에도 8위를 유지했다. 2019년 네덜란드에 4위 자리를 내준 이후 줄곧 5위에 머물러 있는 일본과 비교된다.
주요 생산시설을 해외로 이전한 데 따른 산업공동화도 일본의 수출이 좀처럼 7000억달러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엔화 가치가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자 일본 기업들은 생산시설을 대거 해외로 옮겼다. 오늘날 일본 기업 생산의 20% 이상이 해외에서 생산된다는 통계도 있다. 자국 기업이 해외에서 생산한 물량은 수출로 잡히지 않는다.
○수출 경쟁력 개선, 한국이 더 급해
전문가들은 수출 규모 세계 5위를 놓고 맞서는 두 나라 모두 수출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고 지적한다. 미·중 패권경쟁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고, 주력 수출품의 판도가 완전히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의 등장으로 자동차산업은 100년 만의 구조 변화를 맞고 있다. 인공지능(AI)과 고대역폭메모리(HBM) 보급으로 반도체 시장의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다. 석유화학, 일반기계 같은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은 중국에 빠른 속도로 잠식당하고 있다.
수출 경쟁력 강화를 더 서둘러야 하는 쪽은 한국이라는 게 통상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은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44%로 18%인 일본보다 두 배 이상 높다. 한국이 하루빨리 세계 5대 수출 국가로 도약해야 국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미국과의 무역마찰, 대중·대일 무역 위축과 정체, 유럽연합(EU)과 중동 중남미 같은 신규 수출시장 개척 같은 과제가 쌓여 있다”고 말했다.
박한신/정영효/이슬기 기자 phs@hankyung.com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