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경제 뉴스

이전

취업 경제 뉴스 상세

"SK의 실수" 미움 받더니 역대급 반전…4년 만에 '일냈다'

2024/04/25


SK하이닉스 어닝서프라이즈

HBM 끌고 낸드 밀고…하이닉스, 역대급 실적
1분기 매출 12.4조·영업익 2.9조

'SK의 실수'라던 솔리다임
7분기 만의 낸드 흑자 이끈 일등공신




SK하이닉스가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과 두 번째로 많은 영업이익을 거뒀다. ‘인공지능(AI) 붐’에 힘입어 AI 서버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D램과 고용량 낸드플래시 판매가 급증한 덕분이다.

SK하이닉스는 “올 1분기 매출 12조4296억원, 영업이익 2조8860억원을 기록했다”고 25일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44.3% 늘었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시장 추정치(1조8550억원)보다 1조원 많은 ‘깜짝 실적’으로 2018년 1분기(4조3673억원) 후 최대다.

D램에서 2조원 넘는 영업 흑자를 냈고 낸드플래시 사업은 7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낸드 흑자 규모는 2000억~3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AI 반도체’로 불리는 HBM이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는 “올해 메모리 시장 규모는 과거 호황기에 버금가는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1분기 '깜짝 실적' 비결…미운오리서 백조로 화려한 부활
AI반도체 시대 '제2의 HBM'로…솔리다임, QLC SSD 생산 유일
솔리다임(옛 인텔 낸드플래시사업부)이 SK하이닉스의 품에 안긴 건 2020년 10월이었다. 낸드플래시로 만드는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시장의 실력자를 손에 넣기 위해 SK는 거금 90억달러를 들였다. 하지만 솔리다임은 SK의 골칫거리가 됐다. 낸드 업황이 곤두박질치면서 2021~2023년 7조4000억원에 달하는 누적 순손실을 기록한 것.

‘SK의 실수’란 말이 나왔던 솔리다임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인공지능(AI)용 서버 수요가 급증하면서 저전력·대용량 저장장치인 기업용 SSD에 대한 주문이 폭증하고 있어서다. 올 2분기엔 흑자전환이 유력한 상황이다. 반도체업계에선 “솔리다임이 AI 반도체 시대의 승자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솔리다임이 낸드 흑자 견인
SK하이닉스가 25일 공개한 올 1분기 영업이익은 2조8860억원이다. 낸드플래시는 7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22~2023년 조(兆) 단위 분기 손실까지 기록했던 솔리다임이 정상화된 게 낸드 흑자의 배경으로 꼽힌다. 솔리다임의 주력 제품은 기업용 SSD다. 이 제품은 낸드플래시를 여러 개 묶어 만드는 데이터 저장장치다. 서버에서 대용량 데이터를 저장하고 읽고 처리하는 데 활용된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서버의 데이터 저장장치로 주로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썼다. 자기력을 가진 디스크를 활용해 데이터를 저장하는 기기다. AI 시대가 오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 최근 서버 기업들이 HDD를 기업용 SSD로 교체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SSD는 낸드플래시를 활용하기 때문에 HDD 대비 크기가 작고 전력을 적게 쓰면서 용량을 비교적 자유롭게 키울 수 있어서다.
○QLC 낸드의 강자
솔리다임은 고성능·저전력·대용량 SSD 제작을 위한 ‘필살기’를 갖고 있다. 쿼드러플레벨셀(QLC) 낸드플래시다. QLC 낸드는 기본 저장단위인 셀에 4비트를 저장할 수 있다. 비트 2개를 저장할 수 있는 멀티레벨셀(MLC), 3비트를 저장하는 트리플레벨셀(TLC) 낸드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어 고용량을 구현하는 게 쉽다. 생산원가 측면에서도 MLC나 TLC보다 QLC가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QLC 낸드를 활용해 SSD를 만들 수 있는 기업은 솔리다임 뿐이다. QLC를 활용하는 만큼 솔리다임의 SSD 중에선 60테라바이트(TB) 넘는 고용량 제품도 많다. 일반 서버용 SSD 용량(20TB)의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최근 AI 서버용 대용량 SSD를 원하는 빅테크 기업들이 솔리다임에 줄을 서서 QLC 기반 SSD를 사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반도체업계 고위 관계자는 “구글, 아마존 같은 빅테크, 델 같은 서버 기업의 구매 담당자들이 솔리다임에 ‘남들보다 먼저 기업용 SSD를 납품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며 “AI 시대를 맞아 QLC 기반 SSD가 ‘제2의 HBM’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패한 인수 아니다”
기업용 SSD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3500만개였던 전 세계 기업용 SSD 출하량은 2028년 6300만개로 증가할 전망이다. SSD를 쓰는 AI용 서버 투자가 계속 늘고 있어서다. 메타 등 AI 사업을 하는 빅테크들이 특히 투자에 적극적이다. 최근 올해 연간 AI 서버 투자액을 기존 최대 370억달러에서 400억달러로 상향 조정한 메타(옛 페이스북)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반도체업계에선 지난해 4조300억원 규모 순손실을 기록했던 솔리다임이 올해 연간 기준으로 흑자전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분기 기준으론 올 2분기 흑자를 기록하는 게 유력하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기업용 SSD 판매량이 계속 늘면서 올해 솔리다임 실적 개선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의 솔리다임 인수에 대한 재평가도 이뤄지고 있다. 반도체업계에선 3년 넘게 기다렸던 SK하이닉스와의 시너지가 본격화할 것이란 얘기도 들린다.

SK 관계자는 “2020년 SK하이닉스 경영진이 솔리다임을 인수하며 그렸던 시너지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오고 있다”고 했다.

황정수/김채연 기자 hjs@hankyung.com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