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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관련 술자리를 하다가 사망한 영업직 임원에게 산재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영업 업무는 특성상 일과 시간 이후에도 식사 또는 술자리를 동반하므로 계약서상 근로시간만을 근거로 과로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도 함께 내려졌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7부는 사망한 근로자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청구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소송에서 지난 18일 원고인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다.
2019년 사망 당시 55세였던 A씨는 2012년부터 영업직 임원으로 일해오다가 2019년 7월 B회사 영업 이사로 이직했다.
이직 후 채 두 달이 안된 2019년 8월 사업 파트너 회사의 임원들과 오후 5시반부터 맥주를 마시다가 사업 문제로 언성을 높이며 다투던 A씨는 오후 10시경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사망했다. 사인은 급성 심근경색이었다.
유족은 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와 장의비지급을 청구했지만 "근로시간이 길지 않았고 고혈압 등 지병이 있었다"는 이유로 '부지급결정'을 받게 되자 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2017년 건강검진에서 고혈압, 비만 등 판단 받은 바 있었다.
B사로의 이직이 임박한 2019년 6월에는 한 달간 이직 준비만 하며 특별히 업무를 하지 않았지만 이직 직후엔 업무량을 늘려 하루 10시간 정도 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은 업무와 사망 간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근로시간이 길지 않았다는 공단의 주장에 대해선 "저녁까지 술자리에서 사업 상대방들과 사업에 관해 언쟁을 벌였던 점, 당시 이직 직후로서 적극적으로 성과를 보여야 하는 상황이었던 점을 함께 고려하면 실제 근로시간은 근로 계약서상 근로시간 이상이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영업 업무는 그 특성상 일과 시간 이후에도 식사 또는 술자리를 동반해 계속될 수 있으므로 계약서상 근로시간만을 근거로 과로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병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A의 고혈압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었다"라며 "평소 음주량이 다소 많았으나 이런 음주 패턴도 A가 담당한 영업 업무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고도 판단했다.
이를 바탕으로 "이직 등에 따른 급격한 업무량 변화에 미처 적응하지 못한 상태에서 과중한 업무 수행에 따른 과로·스트레스로 인해 신체·면역 기능이 떨어졌다"며 "영업과 관련된 음주를 하고 사업상 언쟁으로 급격히 흥분하는 바람에 고혈압 등 기저질환과 중첩적으로 작용해 급성 심근경색이 발병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하고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다.
민경진 /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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