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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 HD일렉 사장 "5년 주문 꽉 차있어…美 AI 열풍에 공장 신·증설도 검토"

2024/04/11


조석 HD현대일렉트릭 사장은 1973년 HD현대중공업 창립 후 첫 외부 출신 최고경영자(CEO)다. 정통 관료(지식경제부) 출신으로 2013년 1883억원의 손실을 냈던 한국수력원자력을 사장 취임 2년 만에 2조4721억원의 이익을 낸 회사로 탈바꿈시킨 능력을 인정받았다.

HD현대일렉트릭에서도 ‘조석 매직’은 그대로 재현됐다. 2018~2019년 2년 연속 1000억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던 이 회사는 이듬해 ‘턴어라운드(영업이익 727억원)’에 성공한 데 이어 올해엔 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1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주력 제품인 변압기 주문이 2028년까지 차 있다”며 “공장 증설뿐 아니라 신규 공장 설립 등을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초호황인 전력 기기 시장
HD현대일렉트릭 매출의 약 60%를 차지하는 전력 기기 시장은 초호황이다. 앨런 머스크 테슬라 CEO가 지난달 “인공지능(AI) 발전으로 1년 전에는 신경망 칩의 부족이 문제였다면 다음에는 변압기 부족이 예측된다”고 진단했을 정도다.

변압기는 발전소에서 만들어진 전기를 가정, 공장 등에 송전되기 전에 전압을 높이거나 낮추는 전력기기이다.

조 사장 역시 “미국은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데이터센터가 줄줄이 들어서는 데다 반도체·전기차 등의 공장도 새로 지어지고 있다”며 “지난해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의 데이터센터에 변압기를 납품키로 하는 등 벌써부터 주문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과 미국 앨라바마 공장의 가동률은 현재 100%에 육박하고 있다. 수요 증가로 변압기 개당 가격 역시 5년 전에 비해 두 배 정도 올랐다는 게 조 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20~30년 주기로 다가오는 노후 전량망 교체 수요까지 겹쳤다”며 “오늘 주문하면 2029년에야 물건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HD현대일렉트릭의 미국 시장 전력 설비 수주 금액은 2021년 3억9000만달러(5280억원)에서 지난해 17억8000만달러(2조4101억원)으로 네 배 이상 늘었다.

중동 지역 역시 전력 기기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석유화학 플랜트 시설 증설이 이어지는 데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네옴시티’ 프로젝트가 시작된 덕분이다. 조 사장은 다른 제조 분야가 어려움을 겪는 ‘중국 기업의 저가 공세’가 전력 기기 시장에선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조 사장은 “전력 시장 특성상 신뢰할 수 있는 기업을 중심으로 수주가 이뤄진다”며 “미국 시장에선 HD현대일렉트릭과 GE, 히타치 등 일부 회사에 수주가 몰리고 있다”고 자신했다.

○“이젠 ‘양적 성장’ 노린다”
조 사장은 취임 후 수익성이 떨어지는 계약을 과감하게 취소하는 등 ‘질적 성장’ 전략을 유지했다. 노동력이 많이 투입되는 조립형 제조업 회사론 이례적으로 지난해 두 자릿수(11.6%)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배경이다.

이제부턴 ‘양적 성장’에도 힘을 줄 계획이다. 이미 울산과 미국 앨라바마 공장 증설을 진행 중이다. 여기에 투자금만 수천억원이 드는 신규 공장 건설이나 증설도 검토하고 있다.

조 사장은 “앞으로 5년 이상 시장이 꾸준히 커 갈 것이란 최종 확신이 들면 추가 확장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올해 매출 3조원에 영업이익 4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2조7027억원)과 영업이익(3152억원)보다 10%이상 늘어난 수치다. 증권가의 매출과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각각 3조3400억원, 4280억원이다.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유럽 시장 공략도 나선다. 조 대표는 “영국과 덴마크 등 친환경 발전 시설에 변전소 납품이 늘고 있다”며 “영업망 확대와 함께 까다로운 유럽 고객의 요구를 맞출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는 또 신 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배전 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그는 “글로벌 배전기기 수요 증가에 대응해 충북 청주 센트럴 밸리 산업단지에 중저압차단기 스마트팩토리를 건설 중”이라며 “균형 잡힌 사업구조를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우섭/김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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