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경제 뉴스

그룹 시너지 위한 미래 구상

한화에어로 R&D 캠퍼스 찾아
우주·방위사업 직접 둘러봐

'3세경영' 중간점검이란 분석
장남 김동관 리더십에 후한 평가

최측근 김창범 부회장 불러들여
한화오션 등 다른 현장도 찾을 듯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018년 12월을 끝으로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마지막 무대’는 2015년 삼성과의 ‘빅딜’을 통해 한화 식구가 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옛 삼성테크윈)의 베트남 하노이 엔진부품 제조공장. 삼성의 방산업체를 품기 위해 8400억원(지분 32.4%)을 들인 자신의 결정이 옳았는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제조 경쟁력이 어느 수준인지 직접 점검해보기 위해서였다.

이후론 ‘잠행’이었다. 건강 악화와 코로나19, 배우자 별세(2022년 8월) 등이 겹친 탓이었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등 경영을 맡은 아들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측면도 있었다. 서울 장교동 본사에 매주 한두 차례 출근하면서 인수합병(M&A) 등 중요한 결정을 챙겼지만, 공은 언제나 아들 몫으로 넘겼다.

이랬던 김 회장이 외부 활동을 재개했다. 지난달 29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대전 연구개발(R&D)캠퍼스를 찾은 것. 김 회장이 현장 경영에 나선 건 5년3개월 만이다.


한화그룹은 김 회장의 현장 경영 이유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그저 현장을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로 김 회장의 건강이 회복된 점, 시간이 흘러 아내를 보낸 아픔을 훌훌 털어낸 걸 꼽는 정도다. 업계에선 김 회장이 현장 경영을 통해 ‘3세 경영’ 체제로 접어든 한화그룹이 제 길을 걷고 있는지 직접 확인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김 회장의 최측근 중 한 명인 김창범 한화솔루션 부회장을 최근 그룹 경영지원실장에 임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란 설명이다. 김 부회장은 2019년 한화솔루션 대표와 2021년 3월 한화솔루션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며 후선으로 빠졌다. 김 부회장은 이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공장을 함께 방문하는 등 김 회장을 ‘밀착 보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는 김동관 부회장도 함께했다.

한화 관계자는 “김 회장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임직원들에게 그동안의 성과를 크게 칭찬하고 격려했다”고 말했다. 직접 현장에서 확인한 김동관 부회장의 리더십과 경영 능력에 후한 평가를 줬다는 얘기다.
산업계는 김 회장이 현장 경영의 물꼬를 튼 만큼 앞으로 보폭을 더 넓힐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다음 행선지로는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거론되고 있다. 한화오션 역시 김 회장의 결단으로 지난해 한화 식구가 됐다. 덩치 큰 대우조선해양을 품은 덕분에 한화는 재계 서열 7위(자산 기준)로 올라섰다.

조만간 10주년을 맞는 삼성과의 ‘빅딜 기업’을 찾을 가능성도 높다. 한화는 2015년 삼성테크윈과 삼성종합화학(현 한화임팩트), 삼성토탈(한화토탈에너지스), 삼성탈레스(현 한화시스템) 등 4개사를 모두 2조원에 인수했다.

김 회장의 2018년 마지막 현장 경영 무대와 지난달 29일 재개 무대 모두 삼성과의 빅딜로 품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였다. 지난 5년 동안 매출(2019년 5조2640억원→2023년 9조3590억원)은 2배가 됐고, 영업이익(1650억원→6910억원)은 4배 늘어나는 등 한화그룹의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김 회장 주도로 인수한 회사들이 한화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며 “김 회장의 애착이 큰 만큼 방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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