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구인 인원 지난해 총 2만5321명
전년보다 5044명(24.8%) 늘어
IT·서비스 해외취업 활발
‘K컬처’ 등 한국 문화 확산에 힘입어사진=최혁 기자
특성화고에서 제과·제빵을 전공한 우지현 씨는 2022년 고교 졸업반 당시 국내 제빵회사, 베이커리 등 70곳에 입사지원서를 넣었지만 모두 탈락했다. 지난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우씨는 싱가포르 호텔에 취직해 페이스트리(제빵) 셰프로 일하고 있다. 고교 재학 중이던 2021년 한국산업인력공단과 우씨 학교가 해외취업 지원을 위해 개최한 프랑스 유명 파티셰 내한 행사에서 통역 등 지원 업무를 맡은 것이 계기가 됐다. 행사 후 우씨는 학교에서 추천서를 받아 싱가포르 호텔에 입사지원을 했다. 우씨는 “국내 취업이 다 거절된 상태에서 다가온 해외취업은 하늘이 도운 기회라고 느껴졌다”고 말했다.
3년간 외무고시를 준비하다 29세에 국책은행에 입사한 김동수 씨는 1년 만에 은행을 그만뒀다. 2년간 한국무역협회의 해외취업 연계 교육을 통해 컴퓨터 프래그래밍과 일본어 공부에 매진한 끝에 최근 일반 정보기술(IT) 회사에 취업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인 구해요” 역대 최다
해외 기업에서 일하는 한국 청년이 증가하고 있다. 외국 기업의 한국인 구인 규모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코로나19 시기 급감한 해외 취업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1일 한국산업인력공단의 해외 취업 플랫폼인 ‘월드잡플러스’에 따르면 해외 기업의 한국인 구인 인원은 지난해 총 2만5321명이었다. 전년보다 5044명(24.8%) 늘어난 수치로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3년 이후 최대다. 국가별로는 일본 8939명, 미국 6393명, 싱가포르 1383명 순이었다.
자료=한국산업인력공단
지난해 해외취업을 원한 한국인의 해외 구직 등록 건수도 총 2만2323건으로 1년 전의 2만1733건에 비해 590건(2.7%) 늘었다. 해외 기업의 한국인 구인 인원은 지난해 처음으로 구직 등록 건수를 뛰어넘었다.
구인·구직이 맞아떨어져 최종적으로 해외취업에 성공한 인원은 지난해 5463명이었다. 2022년 5024명 대비 439명(8.7%) 늘었다. 2019년 6816명이던 해외 취업자 수는 코로나19 여파로 2021년 3727명까지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최근 2년간 빠르게 반등했다. 국가별 취업 인원은 미국 1659명, 일본 1293명, 싱가포르 299명, 베트남 284명 순이었다.
산업인력공단은 해외취업이 질적으로도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해외취업 이후 1년간 고용을 유지하는 비율은 2020년 60.1%에서 2021년 67.2%, 2023년 69.8%로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업무가 바빠서 연락이 닿지 않는 인원까지 감안하면 실제 고용 유지 비율은 훨씬 더 높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IT·서비스 해외취업 활발
사진=최혁 기자
분야별로 해외취업은 서비스업과 IT 분야에서 가장 활발했다. 지난해 해외취업에 성공한 5463명을 분야별로 살펴보면 사무·서비스 업종이 3611명, IT 분야가 768명으로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IT 분야에서 해외 기업의 한국인 구인 인원도 2022년 2692명에서 2023년 4631명으로 72% 증가했다.
KOTRA가 2022년 발간한 ‘28개국 해외취업 정보’에 따르면 미국, 일본, 싱가포르 등 주요 국가는 IT 인력 부족과 비싼 인건비 때문에 한국인 IT 인력 선호도와 수요가 높다. 영국에 정착한 프로그래머 A씨는 “평균적인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한국보다 낫고 업무 환경도 자율적”이라며 “경력이 쌓이면 한국으로 ‘유턴 취업’하기도 쉽다”고 말했다.
서비스업 분야도 ‘K컬처’ 등 한국 문화 확산에 힘입어 해외취업이 많이 늘어났다. 이 분야의 한국인 구인 인원은 2022년 4044명에서 지난해 5109명으로 26% 증가했다. 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진정되면서 여행 수요가 늘어난 덕분에 서비스업 업황도 개선됐다”며 “한류가 강세를 보이면서 호텔·음식점 등을 중심으로 한국인 구인 수요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한국 청년들의 해외 진출을 제한하는 요인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해외 기업의 한국인 구인 인원이 2만5321명인 데 비해 취업자가 5463명에 머물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란 설명이다. 한 인력송출업체 관계자는 “한국 청년들은 선진국의 사무직 취업을 선호하지만 외국인에게 주어지는 ‘좋은 일자리’는 한정돼 있다”며 한국인을 비롯한 외국인에 대한 현지의 냉정한 평가, 한국에 비해 쉬운 해고 환경 등도 청년들의 해외 취업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인력송출업체 관계자는 “한국의 높은 최저임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등 국제 정세 악화도 해외 취업 동기를 약화시키는 요소”라고 말했다.
해외 취업이 상대적으로 서비스업에 집중된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한 해외 호텔 취업자는 “호텔, 음식점, 단순 사무직 등의 경우 선진국이라도 급여 등 근로조건이 한국보다 크게 낫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해외 취업 인원들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취업 성공률 향상과 진로 다변화를 도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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