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라의 IT's fun] 60
중국선 구글 대신 '바이두 AI' 넣은 갤S24
삼성도 애플도 '현지화' 승부수
중국서 스마트폰 부진에 속타는 삼성
애플도 힘든 현지시장 공략…'애국소비 여파'"사랑해~" 삼성전자가 최근 중국 시장에서 내건 마케팅 구호다.
삼성이 올해 내놓은 인공지능(AI) 스마트폰 갤럭시S24 시리즈는 중국에서 '삼성 AI 휴대폰 사랑해요'란 의미를 담은 홍보 문구로 대대적 판촉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최근 자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탑재로 성능을 끌어올린 중국 스마트폰이 대거 나오면서 현지 시장점유율 확대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다.
삼성이 중국서 "사랑해요" 외치는 이유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웨이보에서는 '홍산동물원에서 만난 AI' 해시태그가 약 4614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현지 누리꾼 관심이 집중된 이유는 중국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에서 삼성 갤럭시S24 시리즈가 부각됐기 때문이다.
중국 난징 홍산삼림동물원을 배경으로 마보첸 등 연예인들이 등장해 갤럭시S24 시리즈를 사용하는 모습이 SNS를 통해 확산됐다. 인기 배우 마보첸은 동물원에서 갤럭시S24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장면을 SNS에 게시했다. 그는 동물원 내 갤럭시 팝업스토어를 방문해 사진을 찍고 AI 편집 기능을 활용해 '공중부양 사진'을 만들어냈다. 사진에 원을 그려 검색하는 '서클 투 서치(Circle to Search)' 기능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직접 검색하고, 멀리 있는 시력검사표를 확대해 갤럭시 스마트폰의 줌 기능을 체험해보기도 했다.
그는 "홍산동물원 삼성 팝업스토어에서 특별한 AI 체험을 했는데 너무 재미있다"며 "삼성 AI 폰이 주는 즐거움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4월14일까지 출첵하고 놀러오세요"라고 적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팝업스토어는 절강위성TV 방송사 프로그램에 간접광고(PPL) 형태로 설치된 것이다. 중국 대중들에게 최신 갤럭시 AI 기능을 소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중국 삼성전자 SNS에서도 지난 22일 동물원에서 촬영한 영상을 대거 공개했다. 빠르게 움직이는 동물을 천천히 볼 수 있는 '인스턴트 슬로우 모션'이 적용된 동물 영상이 눈길을 끌었다. 이 영상은 24만회 조회수를 돌파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중국 시장에서만 이례적으로 신제품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지난달부터 최신 갤럭시S24 기본 모델 가격을 한시적으로 500위안(약 9만3000원) 할인해 판매하고 있다. 가장 인기 있는 갤럭시S24 울트라 모델은 800위안(약 15만원) 할인해 8899위안(165만3000원·256GB 기준)에 판매 중이다. 또한 중국에서만 특별하게 기본 모델에 12기가바이트(GB)용량의 램(RAM·보조기억장치)을 탑재, 중국에서만 기본 모델이 3가지 용량으로 출시된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회복에 힘쓰는 모습이다.
삼성전자·애플도 죽 쑤는 중국 시장
삼성전자는 한때 중국 시장의 가장 큰 스마트폰 공급업체였다. 10년 전만 해도 중국 시장 점유율이 20%에 육박해 1위를 차지했었지만 2013년 정점을 찍은 뒤 2018년에는 점유율이 1% 미만으로 급락했다. 스마트폰과 가전 판매를 담당하는 삼성전자 중국 판매법인(SCIC) 실적도 매년 하락세다. 삼성전자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SCIC 매출은 3조1488억원으로 전년(2022년 2조8658억원) 대비 9.8% 증가했으나 이 기간 순이익은 2578억원에서 1898억원으로 26.37% 감소했다.
최근 애플도 중국 시장에서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중국을 방문해 친근감을 드러내는가 하면 "중국은 중요한 시장"이라고 언급하며 '친중 행보'를 보이는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애플과 삼성이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대거 가져갔던 과거 양상과 달라졌다고 분석했다. 성능을 끌어올린 중국 스마트폰 제품들이 대거 출시되면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기 때문. 특히 최근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대만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 미디어텍의 프로세서(AP) 공급으로 샤오미와 오포, 비보 등 현지 스마트폰 브랜드 성능이 월등히 좋아졌다.
여기에 지난해 8월 깜짝 화웨이의 최신 5G폰 '메이트60프로'가 출시되면서 자국산 브랜드를 구매하는 '애국소비'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는 점도 발목을 잡는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첫 6주 동안 화웨이 판매량은 전년 대비 64% 급증했다. 기존 상위권에 있던 애플은 같은 기간 판매량이 24% 줄었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면서 화웨이를 중심으로 현지 브랜드 선호도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화웨이는 내달 새로운 5G 스마트폰 P70를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판매 부진이 이어지자 최근 팀 쿡 CEO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상하이 애플스토어 오픈 현장에 등장했다. 최근엔 애플에 중국 바이두의 AI 모델을 탑재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애플보다 먼저 AI 폰을 출시한 삼성 역시 중국 이외의 지역에선 구글 제미나이를 사용하면서도 중국에선 바이두의 AI를 지원한다. 갤럭시S24의 흥행이 이어지고 있지만 중국 시장에서의 점유율 회복은 미지수다.
닐 샤(Neil Shah)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화웨이가 몇 년 전 아이폰으로 옮겨갔던 소비자들을 다시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거론하며 "애플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 브랜드들이 화웨이로부터의 경쟁압박을 느끼고 있다"고 짚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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