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래 이후 효성 어디로
경영권 갈등 불씨 사전 차단
생전에 미리 형제간 계열 분리
조 회장 지분 10.14% 나눌 듯‘조석래 시대’가 29일 막을 내리면서 효성그룹도 ‘3세 경영’ 체제가 시작됐다. 효성은 지난 2월 계열사 간 인적분할을 결정해 경영권 분쟁의 씨앗을 없앤 만큼 조석래 명예회장 사후에도 별다른 문제 없이 사업이 굴러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시 효성은 장남 조현준 회장이 화학·중공업 등 기존 주력사업을, 삼남 조현상 부회장이 첨단소재를 맡는 식으로 그룹을 둘로 쪼개기로 했다. 계열 분리가 이뤄지면 현재 31위인 재계 순위는 각각 35위와 60위권으로 하락한다. 두 그룹 모두 기존 사업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인수합병(M&A) 등 공격적인 경영을 통해 규모와 내실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효성의 경영 상황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여파로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 제품의 수요가 떨어지면서 실적에 타격을 받았다. 스판덱스 판매 가격은 뚝 떨어졌고, 타이어 교체 수요 둔화로 타이어코드 쓰임새도 줄었다. 중국 기업의 증설에 따른 공급 과잉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올해는 ‘턴어라운드’에 성공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미국 전력기기 교체 수요가 폭발하며 효성중공업 실적은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 ‘아픈 손가락’이었던 효성화학의 베트남 공장 사정도 점차 좋아져 재무구조가 개선될 전망이다. 효성첨단소재의 주력 제품인 타이어코드 판매량도 바닥을 찍고 반등하고 있다.
두 형제가 힘을 주는 분야는 차세대 소재, 수소 등 미래 사업이다. 각자 사업을 키워 분할 전 효성보다 회사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조 회장이 맡은 효성중공업은 미래 에너지인 액화수소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효성티앤씨는 페트병을 재활용한 폴리에스테르 섬유를 기반으로 친환경 시장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고부가가치 섬유인 바이오 스판덱스도 상용화했다.
조 부회장이 관장하는 효성첨단소재는 철보다 10배 강하지만 무게는 4분의 1에 불과한 차세대 섬유인 탄소섬유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초고강도 탄소섬유는 항공기 동체 및 부품, 인공위성을 비롯한 우주발사체 등에 활용된다.
조 명예회장이 보유한 ㈜효성 지분 10.14%는 가족에게 상속된다. 조현준·조현상 형제가 얼마씩 받을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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