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노후화에 이용객 줄어
위기감 커지자 대대적 투자
카지노·호텔 새로 짓는다강원랜드가 2조5000억원을 투자해 신규 카지노와 호텔을 짓고 스카이브리지, 풀빌라 등 관련 시설을 대거 확충한다. 25년 된 현재 시설을 고쳐 쓰는 수준으로는 마카오 싱가포르 등 해외는 물론 인천 영종도에 최근 개장한 국내 카지노 복합리조트에 고객을 다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됐다.
29일 카지노업계에 따르면 강원랜드는 다음달 초 이 같은 내용의 ‘미래 경쟁력 강화 계획’을 발표한다. 핵심은 강원랜드의 주력 매출원인 카지노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이다. 총투자액 2조5000억원의 약 70%인 1조8000억원을 카지노 신축, 복합 문화공간 조성 등에 투입한다. 또 2700억원을 들여 카지노 고객을 수용하는 호텔을 건설한다. 신축 카지노·호텔은 2032년 완공하는 게 목표다.
강원랜드는 새 카지노를 짓기 전까지 800억원을 들여 제2 영업장을 3년 내 마련할 계획이다. ‘큰손’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전용 헬기 도입, VIP 영업장 리뉴얼 등도 추진한다.
비(非)카지노 시설에도 대대적으로 투자한다. 카지노 영업장과 하이원리조트를 잇는 스카이브리지를 1000억원을 들여 2030년까지 조성한다. 하이원리조트는 강원랜드 인근 산 위쪽에 있는데, 주로 스키장을 찾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데다 접근성도 좋지 않아 카지노 고객들은 선호하지 않았다. 강원랜드는 스카이브리지를 놓으면 카지노 고객을 분산·수용할 수 있고 신규 관광객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레저시설도 확충한다. 강원랜드 주변 산책길을 대대적으로 정비하는 ‘명품 숲길 조성’에 1000억원, 명상·건강검진 등을 할 수 있는 웰니스 센터와 빌리지 조성에 800억원, 럭셔리 풀빌라 건설에 300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복합리조트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가 카지노' 짓는 강원랜드…마카오·싱가포르에 맞불
日 2029년 복합리조트 개장땐…'내국인 카지노'의 이점 사라져
강원랜드는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다. 카지노 정상 영업이 불가능해 대규모 적자가 발생했다. 금세 회복될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2019년 290만 명에 달했던 강원랜드 카지노 입장객은 지난해 241만 명에 그쳤다. 5000억원을 웃돌던 영업이익은 약 2800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강원랜드와 달리 파라다이스 등 다른 카지노 기업들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강원랜드만 실적 회복에서 소외된 셈이다. 카지노업계 관계자는 “강원랜드 이용객 상당수가 싱가포르 마카오 필리핀 등 해외로 가거나 일부는 온라인 도박 등으로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강원랜드가 2조5000억원을 들여 대대적인 투자에 나선 배경이다.
○엔데믹 회복에 강원랜드만 소외
29일 카지노업계에 따르면 강원랜드는 5만1678㎡ 면적의 대규모 카지노를 새로 짓는 마스터플랜을 마련했다. 영업 중인 카지노 면적(1만4053㎡)의 4배 가까운 규모다. 공간을 확 키워 테이블 게임 공간을 넓히고 휴식공간 등 편의시설을 대규모로 넣기로 했다. 강원랜드는 내부 유보금을 활용할 예정이다. 지난해 기준 현금성 자산은 약 2조7000억원이다. 이 내부 자금을 운용해 작년에만 2000억원 이상의 금융수익을 거뒀다.
강원랜드는 설립 초기부터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 앉을 자리조차 없는 곳으로 ‘악명’ 높았다. 그런데도 강원랜드는 대규모 신규 투자를 꺼렸다. 정부가 도박 중독 확산 등 부작용을 우려해 부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입장료 징수, 영업시간 제한, 베팅 한도 제한 등의 규제로 이용객들의 원성을 샀다. 카지노 영업이 너무 잘 돼도 정부에는 부담이었다.
○이용객들 해외로 빠져나가
하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영업 환경이 급격히 바뀌기 시작했다. 유일한 내국인 카지노란 입지가 흔들렸다. 강원랜드가 문을 닫자 상당수가 불법 온라인 도박과 ‘홀덤펍’으로 옮겨갔다. 홀덤펍은 대학가 등에 우후죽순 생긴 사설 게임장이다. 카지노와 비슷하지만 칩을 돈으로 바꿔 주는 것은 불법이다. 그런데도 환전해 주는 곳이 많아 사람들이 카지노처럼 게임을 하고 있다.
마카오 싱가포르 필리핀 등에 대규모 카지노가 속속 들어선 것도 영향을 줬다. 이들 국가는 전략적으로 카지노산업을 키우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한국인도 많이 찾는다. 해외 원정 도박은 불법이지만 현실적으로 적발이 쉽지 않다.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일본이다. 2029년 오사카에 대규모 복합리조트가 문을 연다. 투자액이 11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이 카지노가 생기면 강원랜드는 막대한 타격을 받게 된다. 서울에서 강원랜드로 이동하는 데 4시간가량 걸리는데, 서울에서 오사카 구간은 비행기로 2시간 이내다.
○“非카지노 매출 비중 높일 것”
강원랜드가 이번 투자를 통해 기대하는 또 다른 부분은 카지노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매출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다.
작년 기준 강원랜드 매출의 약 87%는 카지노에서 나왔다. 스키, 골프, 콘도 등 비(非)카지노 매출은 13%에 불과했다. 강원랜드는 K팝, K푸드 등을 연계해 학생들이 관련 수업을 듣게 하고 건강검진 등 의료관광 목적으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을 유치하기 위한 시설을 확충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2032년 비카지노 매출 비중을 3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이는 그동안 강원 지역 주민들이 요구해온 것이기도 하다. 강원랜드는 폐광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한시적으로 특혜를 준 사업이다. 하지만 2000년 설립 이후 기대했던 강원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강원랜드에 사람이 몰려와도 도박만 할 뿐 주변에서 돈을 안 쓴다는 게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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