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미래 모빌리티 31조 베팅…채용 절반은 신산업 인재 뽑는다
글로벌 완성차 구조조정 칼바람 속 '공격 투자'
3년간 연평균 2만7000명 채용
역대 최대였던 작년보다 17% 늘려
전기차·수소·차세대원전 인재로
정년퇴직자 1만3000명 재고용
R&D에 31조 … 한국에 투자 집중
SDV·배터리 내재화 등 기술 확보
기아 광명·화성 전기차 공장 가동현대자동차그룹은 2021년 이후 국내에서만 매년 2만 명 넘게 채용했다. 작년엔 역대 최대 수준인 2만3000명을 뽑았다. 2019년 정기 공채 폐지 전까지만 해도 연평균 1만 명대이던 신규 채용 규모를 확 늘린 것이다.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제너럴모터스(GM)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의 칼’을 휘두르고 있는 것과 반대되는 행보다. 내연기관과 하드웨어 중심이던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이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바뀌는 데 적절히 대응하려면 ‘인재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그 인재들을 국내에서 찾아 한국을 ‘미래 모빌리티 혁신 허브’로 키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대차그룹이 27일 “향후 3년간 국내 연평균 투자와 고용을 지난해보다 각각 30%, 17% 늘리겠다”고 발표한 배경이다. 회사 관계자는 “갈수록 불확실해지는 경영 환경을 이겨내려면 이를 뚫고나갈 수 있는 인재를 확보하는 수밖에 없다”라며 “국내에 대규모 고용과 투자를 집중해 한국을 중심으로 미래 사업 경쟁력을 갖춰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채용 인원 절반 이상 신사업에서
현대차그룹이 향후 3년간 국내에서 채용하겠다고 밝힌 인원은 8만 명이다. 연평균 2만7000명에 이른다. 신규 채용 규모가 역대 최대 수준인 지난해보다 17.4% 더 늘리겠다는 것이다. 특히 전체의 절반 이상인 4만4000명을 전기차,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수소 생태계 구축, 차세대 소형모듈원전(SMR) 등 신사업 분야에서 채용하기로 했다.
산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미래 전략 산업 주도권을 놓고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현대차그룹 같은 대기업이 국내 고용을 늘리면 국가 전체적으로 신성장 산업 인재 풀이 늘어나는 효과가 생긴다”고 말했다.
신차 개발, 전기차 부품 개발, 해외 건설·토목 프로젝트 수주 등 그룹사 본연의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력도 3년간 2만3000명가량 새로 뽑는다. 급격한 고령화와 숙련 인력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정년퇴직자 재고용 규모도 1만3000명 늘리기로 했다.
○매년 ‘공격 투자’ 고삐 죈다
2026년까지 3년간 국내 투자 규모는 68조원으로 잡았다. 핵심 투자 주체인 현대차와 기아가 지난해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밝힌 향후 3년(2024~2026년) 투자 계획이 56조2000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투자 규모를 상당 폭 늘린 셈이다. 현대차는 지난해에도 당초 계획보다 15% 많은 12조5159억원을 투자했는데, ‘공격 투자’ 기조를 이어 나가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그룹사별 상세한 투자 계획은 조만간 있을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밝힐 것”이라고 했다.
투자의 초점은 전기차와 SDV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전기차 공장 신·증설과 SDV 개발, 배터리 기술 내재화 등 핵심 기술 확보에 전체 투자액의 46%인 31조1000억원 투입하기로 했다. 전기차 라인업 확대를 위한 생산 능력 확보는 첫 번째 과제다. 이미 지난해 29년 만에 국내에 짓는 신공장을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착공한 현대차그룹은 2026년부터 제네시스의 초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시작으로 전기차 라인업 확대에 속도를 올린다. 기아 경기 광명 전기차 공장과 화성 전기차 공장도 올해와 내년 하반기 가동에 들어간다. 이곳에선 기아의 보급형 전기차인 EV3와 미래 먹거리인 목적기반차량(PBV)이 생산될 예정이다.
미래 사업을 위한 전략 투자에는 35조3000억원을 배정했다. 미래항공모빌리티(AAM)와 소프트웨어, 자율주행 등 차세대 미래 사업 경쟁력 확보에 쓴다. AAM은 현대차그룹이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에 드라이브를 거는 분야다. 로보틱스, 차세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내재화, 탈탄소 신소재 개발 등도 현대차그룹이 힘을 쏟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새 성장동력이 될 신사업은 물론 기존 핵심사업 분야에서도 차별화된 기술과 제품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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