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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라운드스퀘어 변신 주역 전병우 상무
'오너 3세'가 노화연구 주도
연구센터 신설·맞춤 식품 개발
국제 건강수명학회에도 참여“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이나 각종 천연물 등을 활용해 현대인의 대사질환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항노화 제품을 개발하고 싶습니다.”
여느 바이오기업 대표의 포부가 아니다. 지난해 ‘불닭볶음면’ 수출로 사상 첫 매출 1조원을 돌파한 삼양라운드스퀘어(옛 삼양식품그룹)의 오너가 3세인 전병우 상무(사진)의 일성이다.
전 상무는 지난 2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0년 후엔 그룹 매출의 상당 부분이 바이오·헬스케어사업에서 나올 것”이라며 “국민의 건강수명 증대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2022년 기준 한국인 기대수명은 82.7년이지만 병으로 고생하는 기간을 제외한 건강수명은 65.8년에 불과하다.
라면이 전체 매출의 94%를 차지하는 삼양라운드스퀘어는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으로의 파격적인 변신을 예고했다. 전략 총괄 겸 신사업본부장인 전 상무가 변화의 선두에 섰다.
이 회사는 최근 그룹 내 연구개발(R&D) 조직인 삼양스퀘어랩에 노화연구센터와 디지털헬스연구센터를 신설하기로 했다. 노화연구센터는 근감소증, 퇴행성 뇌질환, 대사질환 등 노인성 질환을 표적으로 삼은 파이프라인(후보물질) 개발을 총괄한다. 전 상무는 “바이오·헬스케어 기업 인수(M&A)나 기술 도입, 협업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삼양라운드스퀘어는 마이크로바이옴 등 생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개인 맞춤형 식품도 개발하고 있다. 연내 공개를 목표로 한 ‘푸드케어(푸드+헬스케어의 합성어)’ 사업이다. 전 상무는 “국내 푸드케어 시장이 2025년 3조원 규모에 달할 것”이라며 “신약이든 건강기능식품이든 항노화와 관련해 모두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양라운드스퀘어가 보유한 아시아 최대 목장인 대관령 삼양목장은 예방의학의 중심이자 현대인의 건강관리를 돕는 웰니스센터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전 상무는 “건강수명 증대를 위해선 현대인의 생활습관 개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목장이 이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면기업’이 이처럼 파격적인 변화를 시도하는 이유가 뭘까.
전 상무는 “1961년 삼양식품 설립 당시 국민들의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하면 굶지 않을까’였기에 고(故) 전중윤 창업주가 라면 사업에 진출했다”며 “이제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을까’가 화두인 만큼 바이오·헬스케어사업 진출은 필연적”이라고 말했다.
평소 항노화 연구에 관심이 많은 전 상무는 세계적 노화·장수연구학회인 미국 건강수명연구학회(AHLR)에서 한국 기업인 최초로 12명의 운영위원 중 한 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서유신 컬럼비아대 교수의 추천과 데이비드 싱클레어 하버드대 의대 교수의 면접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운영위원에 선임됐다. 올해 초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린 학회 콘퍼런스엔 전 세계 기업인으로는 유일하게 참석해 최신 항노화 기술 현황을 파악했다.
그는 “세계적인 학자들과 인연을 맺고 최신 기술 관련 자문을 할 수 있어 회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대규/오형주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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