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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뛰는 법원 판결…하청파업시 대체근로 투입 금지되나

2024/03/27


한경 CHO Insight
이광선 변호사의 '노동 프리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서는 근로자의 쟁의행위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사용자는 쟁의행위 기간 중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없고, 중단된 업무를 도급 또는 하도급 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노조법 제43조). 이를 위반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노조법 제91조). 이를 '쟁의행위 중 대체근로 금지'라고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사용자의 영업의 자유와 노조의 파업권의 조화 차원에서 대체근로를 허용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대체근로를 금지할 뿐 아니라 위반시 형사처벌까지 하여 지나치게 노조의 파업권만을 보장하고 사용자의 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 서울고등법원에서는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면, 원청이 하청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해야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서울고법 2023누34646 판결). 이와 동일한 쟁점이 대법원에 계류 중에 있고, 조만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선고할 예정이다(대법원 2018다296229).

그렇다면 하청 노조의 쟁의행위로 인해 중단된 업무에 원청 직원을 투입하는 것이 대체근로 위반인지 여부도 문제된다. 노조법 제43조(대체근로 금지)는 ‘쟁의행위 중인 근로자의 사용자’에 대하여 적용된다. 즉, 하청업체의 파업 등으로 중단된 업무를 원청이 직접 수행하거나 다른 하청업체를 선정하여 도급을 주는 행위는 파업을 하는 근로자들의 사용자가 아닌 제3자(원청)가 대체근로를 시행하는 것이어서 노조법 제43조 위반이 아니라는 것이 원칙이었다.

그런데 최근 원청의 사용자성을 확대하면서 대체근로 금지 규정도 원청에게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하급심 판례가 나뉘고 있어서, 이에 대해 살펴본다. 참고로, 아래 하급심 판결들은 원청인 택배회사가 하청 근로자(대리점 소속 택배기사)들의 쟁의행위로 인해 중단된 배송업무에 직영 택배기사를 투입하는 것을 하청 노조원들이 방해한 것이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된 사례였다(판결문상 피해자 회사는 원청 택배회사, 피고인들은 하청 대리점주 소속 택배기사임).

부산지법 서부지원 2019고정1106 판결(사용자성 인정 + 대체근로 위반)
비록 근로계약상 사업주는 아니더라도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에 관하여 그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는 노조법 제43조의 적용을 받는 '사용자'에 해당한다. 피해자 회사는 택배기사들의 근로조건에 관하여 사업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므로, 노동조합법 제43조 소정의 대체인력 사용금지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한다.

노조법 제43조의 '당해 사업'의 범위는 해당 사업체의 업무적 특성과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업무관리 행태 및 내용 등을 바탕으로 쟁의행위 중인 사업장의 업무나 노무관리와 일관된 공정 아래에 일체로서 이루어지고 있는 사업인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피해자 회사의 각 지역별 택배업무는 다른 지역의 택배업무와 사이에 그 업무나 노무관리가 일관된 공정 하에 일체로서 이루어지고 있는 '당해 사업'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해자 회사가 다른 지역 택배기사들을 투입한 행위는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대체투입한 것으로 위법한 대체인력의 투입행위에 해당한다.

울산지법 2018고단3498 판결(사용자성 인정 + 대체근로 적법)
피해자 회사는 택배기사의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에 관하여 그 택배기사를 고용한 사업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판단되므로, 노조법 제43조 소정의 '사용자'에 해당한다.

노조법 제43조에서는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와 '당해 사업'을 구별하여 규정하고 있다. '사업'이라 함은 경영상 일체를 이루면서 계속적, 유기적으로 운영되고 전체로서의 독립성을 갖춘 하나의 기업체조직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으므로 피해자 회사가 각 지역별로 사업장(집배점)을 두고 각 지역의 택배화물 운송업무를 영위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경영주체가 동일한 법인격체인 이상 그 전체를 ‘하나의 사업’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이와 달리 ‘당해 사업’의 의미를 피고인들이 쟁의행위를 하는 개별 지역의 택배업무를 담당하는 사업장 즉, 대리점으로 국한하여 해석한다면,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와 ‘당해 사업’의 의미가 동일하거나 유사해져 규정의 취지가 몰각되고 만다.
전국적인 화물운송 등을 사업목적으로 하는 피해자 회사가 택배운송절차 중 일부분인 울산 지역 배송업무에 타 지역 직영기사 등을 투입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직영기사들을 노동조합법 제43조 제1항이 규정하는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된다.

대구지법 경주지원 2019고단589 판결(사용자성 부정 + 대체근로 적법)
피해자 회사와 피고인들 사이에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없고, 피고인들이 소속된 택배노조는 피고인들과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으로 근로관계를 맺고 있지 않은 피해자 회사를 상대로는 조정절차 등을 거쳐 쟁의행위에 돌입하는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 피해자 회사가 피고인들과 집배점주 간의 계약내용에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노조법 제43조 제1항의 사용자에 원청인 피해자 회사를 포함할 경우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 회사가 노조법 제43조 제1항의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피해자 회사를 피고인들의 사용자로 가정하더라도 전국적인 화물운송 등을 사업목적으로 하는 피해자 회사가 사업의 일부분인 경주지역 배송업무에 타 지역 직영택배기사를 투입했다고 해도, 노조법 제43조 제1항이 규정하는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로 단정할 수 없다.

원청은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하는가?
현재까지의 하급심 판례에서는 대체근로 금지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의 개념과 관련해서, '지배, 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서의 사용자 개념을 적용하거나 과거 판례의 기준에 따라 명시적·묵시적 근로관계를 요구하는 경우로 나눠져 있다. 반면, 원청의 노조법 제43조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경우에는 대체근로 투입금지를 위반했다고 판단한 하급심 판결과 대체근로 투입금지를 위반하지 않았다는 하급심 판결로 나눠져 있으나, 원청의 노조법 제43조의 사용자성을 부정한 하급심 판결은 모두 대체근로 투입금지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향후 노조법이 개정되어 사용자 개념을 확대하거나(얼마 전에 폐기된 소위 '노란봉투법') 원청의 단체교섭 당사자성을 인정하는 대법원 판결이 선고될 경우에는 원청에게도 노조법 제43조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물론 원청의 사용자 개념이 확대되더라도, 노조법 제43조의 '당해 사업'의 해석에 따라 원청이 하청 노조의 파업에 대해 직영 근로자를 투입하더라도 대체근로 투입금지 위반이 아니라는 판단이 나올 가능성도 있기는 하다).

어찌되었든지 지금부터라도 하급심 판결과 같이 원청은 하청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 결정할 수 있는 지위'를 인정하는 요소를 사전에 검토하여 이러한 리스크를 낮추고, 대체근로 금지 규정이 적용될 가능성을 고려하여 하청 노조의 쟁의행위로 인해 사업에 지장이 올 경우에 대한 대비책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이광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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