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디자인 경쟁력 정체
안경테 수출 5년새 30% 감소
국내외 마케팅도 지지부진
수입 제품에 밀려 시장 휘청‘한국 안경산업의 메카’로 꼽히던 대구시의 안경 제조업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안경테와 선글라스 등 주력 품목의 수출이 큰 폭으로 줄어든 반면 수입은 급증하고 있다. 영세한 업체들의 제조 공정과 디자인 혁신을 유도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26일 대구시와 한국안광학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안경테 수출액은 8511억달러를 기록했다. 2018년 수출액 1억2300만달러 대비 5년 만에 30.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안경테 수입액은 7416만달러에서 8982만달러로 21.1%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안경테의 수입액이 사상 처음으로 수출액을 넘어섰다.
안광학 산업은 안경테와 선글라스, 렌즈(콘택트렌즈), 안광학기기 제조업 등으로 분류된다. 대구시는 국내 안경테 생산량과 수출액의 각각 70% 이상을 차지하며 산업 거점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선글라스 산업은 국내 브랜드가 세계적으로 부상한 2021년 이후 수출 효자상품으로 꼽혔다. 선글라스 산업도 최근 3년 새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2021년 7657만달러에 달한 선글라스 수출액은 작년 5860만달러로 23.4% 줄었다. 반대로 수입액은 같은 기간 1억1011만달러에서 1억5294만달러로 38.9% 커졌으며, 수출액과의 격차도 점점 벌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과 중국 업체 간 기술 격차가 축소됐고, 수도권 안경 브랜드들이 대구를 떠나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 관계자는 “대구 안경 제조업체들이 영세한 편이어서 제조 라인을 자동화하거나 첨단기술 융합, 디자인 혁신 등 경쟁력 제고가 더디다”고 했다.
‘예고된 위기’에도 안광학산업진흥원이 대비 전략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광학산업진흥원은 2004년 한국안경산업지원센터란 이름으로 대구에 들어섰다. 대구시와 산업부는 안광학산업진흥원을 통해 안경산업 고도화 사업에 15억원씩 매년 30억원을 5년간 지원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안광학산업진흥원은 매년 국내 유일 수출 전문 전시회인 ‘대구국제안경전’을 열고 있다. 그러나 이 전시회는 참가 업체와 바이어 수가 대폭 줄며 위축되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2019년 행사에는 210개 회사가 전시했고, 42개국에서 1606명의 바이어가 참가했다. 작년 행사에선 전시 업체는 153개로, 해외 바이어도 24개국 462명으로 각각 줄었다.
대구 안경테 제조업체의 주된 고객인 국내 안경사(안경점)의 참여조차 지지부진하다. 2022년에는 전국 안경사협회 시도 지부 7곳이 전시회에 참여했지만, 작년엔 6개 지부로 줄었다. 올해는 대구, 경북, 부산, 울산 등 4개 지부만 참여하기로 했다. 수도권 업체 A사는 “2019년 이후엔 대구 전시회엔 참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민선 8기 대구시가 전시회 지원 예산을 7억원에서 4억원으로 줄이자 안광학산업진흥원도 투입 인원을 대폭 줄였고, 마케팅에도 소홀해졌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말 취임한 김종한 한국안광학산업진흥원장은 “전시회에 CES처럼 혁신상을 도입하고 차기 전시회부터는 일찍 준비하는 등 운영을 혁신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