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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차인 줄 안다"…'우체국 차' 만든 회사 대표의 한탄 [중국산 대공습 현장을 가다①]

2024/03/26


중소 전기차 제조 업체 디피코
국산화율 89% 이뤘지만 중국차로 오해
중국산 지난해 보조금으로 점유율 늘려
"올해는 다르다…국산 전기차에 기회"




지난달 11일 찾은 강원 횡성군 이모빌리티산업단지에 위치한 전기차 제조업체 디피코 조립 공장. 이곳에서는 초소형 화물 전기차 '포트로 P250' 조립이 한창이었다. 연산 2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보유한 디피코는 현대차·기아 같은 대기업 공장보다는 작았지만 차량 제조에 필요한 용접·도장·조립 공장을 모두 자체 기술로 설계해 보유했다.

완성차의 꽃이라 불리는 도장 공장에선 갓 페인팅된 흰색 경형 포트로 P350 차체가 줄지어 서 있었다. 디피코가 자랑하는 이 도장 공장은 '국산화'의 상징 같은 곳이다. 차량 조립 수준을 넘어 직접 설계해 도장까지 손수 마무리한다는 의미라서다. 공장 관계자는 "우리 공장은 중국 지리차 등 글로벌 회사 설계 업무를 맡은 노하우가 집약됐다. 먼지를 바깥으로 빼는 기술 덕분에 먼지가 붙을 걱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국산화율 89% '메이드 인 코리아'..."중국차로 오해"
디피코는 자체 설계와 제조, 관리를 통해 국산화율 89%를 달성한 중소 전기차 제조 업체다. 현재 국내에선 현대차·기아를 제외하고 사실상 유일하게 국산 전기차를 만드는 곳이다. '우체국 차'로도 알려진 포트로 P250은 슈퍼마켓, 소상공인, 우정사업국 등에 판매되며 이름을 알렸다.

송신근 디피코 대표(사진)가 포트로 국산화 결심을 한 계기가 바로 '중국산의 한계' 때문이었다. 중국에 있는 공장에서 차체나 부품을 들여와 국내에서 조립만 해 시중 판매되는 중국산 화물 전기차를 구매하면 부품 조달이 힘들어 사후서비스(AS)에 어려움을 겪거나, 중국 현지 공장이 문을 닫는 통에 국내 조립 공장마저 눈물을 머금고 문을 닫아야 하는 경우를 목격하면서 국산화에 대한 의지를 굳혔다.

국산화 과정에서 직접 연구개발을 하며 한국 실정에 걸맞은 기능도 직접 넣었다. 대표적인 게 포트로 P250의 슬라이드 도어다. 송 대표는 좁은 골목을 누비며 배달을 하는 국내 도로 실정을 반영해 포트로 차량 문을 슬라이드 도어로 장착했다.

어렵게 이룬 국산화임에도 송 대표는 인터뷰 도중 "우리 차가 중국 차인 줄 안다"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중국산 저가 전기차나 반조립 제품으로 오해받고 있다는 얘기였다.

중국산이 점령한 화물 전기차 시장..."올해는 달라져"
송 대표의 푸념에는 이유가 있다. 승용차 시장에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한 것과 달리 현재 국내 화물 전기차 시장은 중국산이 대다수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상위 10위 상용차 수입 차량에는 신위안(1위) 지리(2위) 동풍소콘(4위) 등 중국산 전기차 브랜드가 각각 1064대, 850대, 560대를 판매하며 이름을 올렸다.

판매 순위에 오른 신위안의 이티밴(소형), 지리의 쎄아(2밴), 동풍소콘의 마사다(2·4밴)는 모두 소상공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모델이다. 밴이라 넉넉한 적재 공간이 필요한 소상공인들이 주로 이용한다. 화물을 실을 수 있는 전기차 밴 모델은 사실상 국산이 전무하다. 현대차그룹마저 경형 레이를 제외하면 화물을 실을 수 있는 전기 밴 모델이 없다.

정부 보조금을 업은 중국산 밴은 이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점유율을 늘렸다. 삼원계 배터리보다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해 저렴한 가격이 무기가 됐다. 일례로 쎄아2밴이나 마사다 2밴, 이티밴은 지난해 국비 보조금 1200만원을 받았다.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정부가 배터리 에너지 밀도와 재활용 가치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하면서 중국 전기 화물차에 대한 보조금이 대폭 삭감됐다. 올해 쎄아2밴은 국비 보조금 333만원, 마사다 2밴은 299만원의 국비 보조금을 받는다. 이티밴은 405만원을 받게 됐다. 지난해보다 절반 밑으로 확 깎였다.

송 대표가 희망을 보는 대목. 그는 "지난해만 해도 중국산 차의 시장점유율이 높았는데 올해 보조금 정책이 바뀌면서 저희에게는 굉장히 좋은 기회가 됐다. 중국산 차들이 우리(디피코) 차보다 500만~1000만원 더 비싼 차가 됐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디피코 대표 "국산 전기차 흥하려면 규제 풀어줘야"
국산 전기차 업체에 유리한 상황이 되면서 토종 국산 전기차 업체들이 더 많이 나오려면 차종의 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초소형 세그먼트가 주력인 디피코는 초소형 전기차의 자동차 전용도로 진입 규제 때문에 판매가 어렵다. 자동차 전용도로 진입을 못해 일부 소상공인들은 소형이나 경형 차를 사는 실정. 디피코는 주력인 초소형이 아닌 다음달부터 경형 화물 전기차 포트로 P350으로 시장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송 대표는 "우리 차는 초소형도 경형도 모두 정면 충돌 테스트를 통과한 차량"이라면서 "안전에 이상이 없다고 인정받은 이상 초소형이라고 해서 차가 전용도로를 못 들어가게 할 게 아니라 정부에서 차종별로 선별해주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한경닷컴은 심층기획 4편 '중국산 대공습 현장을 가다'를 총 6회에 걸쳐 게재합니다.

횡성(강원)=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영상=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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