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능률협회컨설팅, 234개 산업군 조사
전체 기업의 40%인 93곳이 '박빙산업'
판피린·Z:IN 창호·하나 연금닥터 역전 1위
LG트롬 세탁기·스타벅스·하나투어 등
'초격차 브랜드' 20년 이상 압도적 1위
가격보다 가치 추구 상위 1% 브랜드
삼성생명·제네시스·햇반 등 선전
"경제위기·불황에도 글로벌 경쟁 위해
가치추구·차별화한 브랜드 경험 줘야"한국 경제가 부진을 지속하는 가운데 소비도 양극화되고 있다. 저가 상품을 찾는 경향이 강해진 동시에 고가 브랜드 상품 수요가 분출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대표이사 사장 한수희)이 ‘2024년도 제26차 한국산업의 브랜드파워(K-BPI)’ 조사 결과를 26일 발표했다.
올해 K-BPI의 주요 특징은 세 가지다. 첫째, 박빙산업이 전체의 39.7%(93개 산업)에 달했다. 둘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를 유지하면 브랜드 역시 롱런했다. 셋째, 가격을 넘어 가치로 승부하는 대한민국 상위 1% 브랜드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산업 내 1~2위 브랜드 간 브랜드 경쟁력 총점이 약 70점 이내(1000점 만점)로 좁혀진 ‘박빙산업’은 브랜드 및 기업과 관련한 부정적 이슈 발생 시 언제든지 순위가 뒤바뀔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소비재는 감기약 부문에서 ‘판피린’(634.6점, 2023년 대비 175.5점 상승), 내구재는 창호재 부문에서 ‘LX하우시스 Z:IN(지인)창호’(663.6점, 181.3점 상승), 서비스재는 은퇴설계금융서비스 부문에서 ‘하나 연금닥터’(450.1점, 256.7점 상승) 등이 전년 대비 가장 큰 폭의 브랜드 경쟁력 상승을 보이며 새롭게 1위에 등극했다.
동아제약의 ‘판피린’은 대외 이미지 광고와 더불어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지속적인 마케팅이 주효했다. LX하우시스의 ‘Z:IN(지인)창호’는 기존 LG하우시스에서 LX하우시스로의 브랜드 전이가 성공적이었다. 하나은행의 연금 브랜드인 ‘하나 연금닥터’는 상품 출시 이후 고객들의 긍정적인 입소문에 힘입어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
한편 올해 조사 결과에서는 ‘초격차’를 둔 넘버원 브랜드들이 돋보였다. 초격차는 넘버원 브랜드가 2위 대비 K-BPI 총점이 200점 이상 앞서는 것을 의미한다. 초격차는 전체 234개 산업군 중 단 9개 산업군에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LG전자는 세탁기 부문에서 ‘LG TROMM’(866.0점)이 2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여행사 부문에서는 ‘하나투어’(761.8점)가 20년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대형커피전문점 부문의 ‘스타벅스’(769.3점)는 2위 브랜드 ‘이디야커피’를 큰 격차로 따돌리고 22년간 1위를 유지했다.
초격차 브랜드는 ‘브랜드 자산’에 대한 혁신과 투자를 지속해 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브랜드는 기업의 무형자산이기에 지속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쌓아온 기업만이 시장점유율과 수익성을 보장받고, 소비자의 구매 결정과 신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K-BPI 조사 모델은 크게 두 가지다. 소비자가 브랜드를 수용하는 크기인 ‘인지’ 파워와 소비자가 브랜드를 수용하는 강도인 ‘로열티’ 파워다. 산업 내에서 경쟁하는 브랜드들이 일정 수준 이상에 달하면 브랜드 경쟁력은 인지도보다 ‘로열티’(충성도)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올해 조사에서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최근 소비 트렌드인 ‘브랜드액티비즘’ ‘사회·환경적 가치(ESG)’ 등 소비생활에서도 가치를 추구하는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가격 대비 가치’, ‘가격 프리미엄’, ‘품질 우수성’ 등의 항목을 중심으로 살펴볼 때 K-BPI 전체 브랜드 중 상위 1%에 해당하는 브랜드는 ‘삼성생명’(생명보험 부문), ‘제네시스’(국산승용차 부문), ‘스타벅스’(대형커피전문점 부문), ‘CJ제일제당 햇반’(즉석밥 부문)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은 단순히 제품만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에 투영된 개인의 가치 및 브랜드가 제공하는 경험을 소비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은 더 많은 소비자가 구매 이유를 찾을 수 있도록 자체 브랜드만의 가치와 경험을 세밀하게 디자인해 제공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세계의 테스트베드라고 불릴만큼 까다로운 대한민국 소비자에게 인정받은 넘버원 브랜드 가치를 기반으로 시장을 글로벌로 확대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올해 K-BPI 조사에서 산업별 1위 브랜드의 글로벌 진출 현황을 살펴보면 182개 브랜드(약 77.8%)가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인정받았거나 진출했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SK에너지, 삼성물산 패션부문, 신한금융그룹, 하나금융그룹, KB금융그룹, 삼성생명, GS리테일, KT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포브스가 선정한 ‘글로벌 톱 2000’ 브랜드에도 들었다. K-BPI 1위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通)’하는 경쟁력을 갖췄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국내 넘버원 브랜드들은 본래 가치를 가지고 글로벌 시장에 침투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어느 순간보다 ‘코리아 넘버원=월드 베스트’가 어울리는 시대다.
이기동 KMAC 사업가치진단본부장은 “세계적인 경제위기와 불황 속에서도 K-BPI 1위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통(通)하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라는 가치를 등에 업고 침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차별화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원 기자
■ 어떻게 조사했나올해 한국산업의 브랜드파워(K-BPI) 조사는 2023년 10월 초부터 2024년 1월 중순까지 약 4개월에 걸쳐 진행했다. 서울 및 6대 광역시에 거주하는 만 15세 이상 60세 미만 남녀 1만2500명을 대상으로 1 대 1 면접 방식으로 했다. 조사 지역과 대상은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기준으로 인구 비례에 따라 배분했다. 시장점유율, 회원 가입자 수, 판매량 등에 따른 브랜드 선별 없이 각 산업에서 인지된 모든 브랜드를 조사 대상으로 삼아 소비재 91개, 내구재 52개, 서비스재 89개, 스페셜 이슈 2개까지 총 234개 산업군을 조사했다. 브랜드 자산에 대해 측정할 수 있는 구성 요소인 브랜드 ‘인지도’와 ‘로열티’를 바탕으로 1000점 만점 기준으로 산출했으며, 산업별 1위를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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