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안 스미스 아일랜드 순환경제부 차관 인터뷰
'북극 광통신망' 사업에 "한국 기업 참여 기대"
아일랜드, 다국적 IT·바이오 기업 거점 된 이후
전력·주택·통신 등 인프라 확대 필요성 절감
"인프라 경험 많은 韓기업 진출 기회 열려있어"오시안 스미스 아일랜드 공공조달·전자정부·통신 및 순환경제부 차관은 지난 19일 한국경제신문과 서울 한 호텔에서 인터뷰하는 도중 휴대폰을 꺼내들더니 지도 이미지 하나를 열었다. 거기에는 아일랜드에서 시작해 그린란드, 북극, 알래스카를 지나 일본으로 연결되는 '북극 광통신망' 청사진이 그려져있었다. 스미스 장관은 "중동을 거치지 않고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최초의 통신 네트워크가 될 것"이라며 "한국의 경험있는 기업들이 참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아일랜드는 최근 유럽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다. 유럽에서 헝가리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법인세(12.5%)와 높은 학력 수준, 영어 사용 국가라는 장점들이 합쳐져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등 다국적 기업들의 본사를 대거 유치하면서다.
폭발적인 성장은 예상 못한 부작용도 낳았다. 20년 전만 해도 농업국가였던 아일랜드가 '상전벽해'라 할만큼 빠르게 첨단산업의 중심지로 탈바꿈하면서 주택, 전력, 교통 등 모든 인프라가 부족해진 것이다. 스미스 차관은 "훨씬 더 많은 인프라가 필요하다"라며 "아일랜드는 향후 10년 간 1600억유로(약 23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미스 차관이 언급한 북극 광통신망 역시 이러한 인프라 투자 계획의 일환이다. 글로벌 IT기업들이 데이터센터를 아일랜드에 건설하면서 데이터를 미국에서 아일랜드로, 아일랜드에서 아시아로 전달할 '데이터 고속도로'의 필요를 절감한 것이다.
스미스 차관은 대부분의 유럽과 아시아 간 해저 광통신망이 지나는 홍해 해저 통신망이 최근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불안정해졌다고 말하며 "유럽 데이터의 약 3분의1이 아일랜드에 저장돼있기 때문에 이를 대비하기 위해 백업 케이블이 있어야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극 광통신망은 안전한 경로가 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스미스 차관은 수도 더블린에 건설되는 아일랜드 사상 첫 지하철도에 대해서도 한국 기업의 참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하철도가 건설 허가를 받는 초기 단계에 있다"라며 "우리는 세계 최고가 되기를 원하며 어디에 좋은 지하철이 있는지, 어떤 시스템에서 배워야하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했다. 아일랜드 교외를 연결하는 대부분의 소형 철도 차량들이 한국산이라고도 언급했다.
스미스 차관은 최근 아일랜드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된 주택난과 관련해서도 "한국 기업들은 주택을 많이 짓고 인프라를 구축한 경험이 있다. 한국 건설사들이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있다"고 했다. 그는 "현재 아일랜드는 인구에 비해 주택이 충분하지 않다"라며 "현대적인 건설공법을 통한 해법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아일랜드 중앙통계청에 따르면 아일랜드인들의 자가 소유 비율은 1991년 79%에서 2022년 66%로 크게 감소했다.
스미스 차관은 "아일랜드는 수입 의존적인 석유와 천연가스를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할 계획"이라며 "한국에서도 이러한 전환이 이뤄지고 있음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방한 중 SK에코플랜트, 두산 등 한국 기업들과 만났다며 "풍력 기술에 대해 논의했으며, 아일랜드에는 많지 않은 연료 전지 역량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고 전했다.
스미스 차관은 한국 기업과 일하고 있는 아일랜드 기업인과의 대화를 언급하며 "한국 기업은 엔지니어링에 매우 집중한다. 어떤 문제를 함께 논의하고 1~2주일 후에 돌아오면 한국인들은 이미 문제를 해결한 상태였다고 한다"라며 한국 기업들의 뛰어난 문제해결 능력을 치켜세웠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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