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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1등급이면 의대 간다고?"…서울 학생들 지방으로 몰린다

2024/03/24


지방의대 특수…서울 대형학원도 전국에 '분점' 낸다

의대 증원에 지방 학원가 '들썩'
지역인재 선발 비중 늘어나자
'지방유학' 채비…전입생 잇따라

학원, 사교육 수요 겨냥 '지방行'
주요 도시에 개원·의대반 검토



“의대가 증원되는 데다 지역인재전형까지 확대되면서 학생들의 꿈이 바뀌고 있습니다.” (전북 김제의 한 입시학원 원장)

정부가 의대 증원분 대부분을 비수도권으로 배정하고, 정원의 60% 이상을 해당 지역 학생들로 뽑겠다고 발표하면서 지방 학원가가 들썩이고 있다. 종전에는 의대에 가기에는 성적이 모자란다고 여겼던 학생들이 진로 희망을 바꾸면서 수요 자체가 늘어나고 있다.

24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지방권 고등학교 3학년의 수학 1등급 인원은 의대 전체 모집인원의 1.7배지만 정원이 증가하면 0.9배로 떨어진다. 이론상 수학 1등급을 받는 학생 모두가 의대에 갈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지방 의대가 지역인재전형의 대부분을 수시로 뽑을 것이 예상되는 만큼 내신 합격선도 내려갈 수 있다. 의대 진학을 위해 수도권보다 지방에 있는 학교를 다니는 것이 훨씬 유리한 셈이다.

내신을 잘 받기 위해 소도시로 이사하는 학생도 있다. 김제에서 입시학원을 운영 중인 한 원장은 “과거에는 지역 중학생들이 졸업 후 명문고가 많은 전주로 진학했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내신 관리를 위해 전주에서 남원, 김제로 내려오는 학생이 많다”며 “의대 증원 소식 이후 입시설명회를 열어달라는 요청이 빗발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신 점수가 낮아 그간 의대 진학을 생각하지 못했던 학생들도 지금은 의대에 갈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제뿐 아니다. 강원도, 특히 서울과 가까운 춘천으로 전입하려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춘천 후평동에 있는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강원도에서는 좋은 내신 점수를 받기가 상대적으로 쉽다”며 “지역인재전형 등을 노리는 고1 학생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했다.

지난달 정부의 대략적인 정책이 공개된 후 이미 지방으로 이사한 학생도 적지 않다. 한 학부모는 “올해 중학교 1학년으로 진학하는 자녀를 의대에 보내기 위해 지난달 충남 천안으로 이사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고등학교만 나와도 지역인재로 지원할 수 있지만, 2028학년도부터는 중학교까지 지역에서 나와야 지역인재전형에 지원할 수 있다.

서울에서 지방으로 학원과 강사가 내려가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한 대형 입시학원 강사는 최근 김제의 입시학원으로 이직하며 이사를 했다. 그는 “지역인재전형으로 지방의 수요가 늘어나 학원을 옮겼다”며 “당장 내 자녀들도 지역인재전형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대형 학원들도 지방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교원은 부산, 경기 고양 일산, 의정부 등 7곳에서 운영 중인 초·중등 영어학원 브랜드 ‘플래너스어학원’ 운영 지역을 올 연말까지 전국 주요 광역도시로 넓힐 예정이다.

메가스터디는 정부의 정원 배정 발표 후 서울을 포함한 일부 지역에 의대반을 만드는 안을 검토 중이다. 종로학원도 초·중학생 대상 학원 브랜드 ‘하늘교육’ 의대반을 지방 주요 지역에 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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