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년도 대학별 2000명 배정 결과 발표
경기·인천 361명…지방 거점대는 각각 200명으로
의료격차 해소에 중점…"지역인재전형 적극 활용"정부가 현재보다 2000명 늘어난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 규모와 대상 대학을 20일 공개했다. 서울 8개 의과대는 증원 대상에서 원천 배제하고 늘어난 정원의 82%를 비수도권에 집중 배정했다. 의사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적당한 타협은 결국 국민 피해로 돌아간다며 증원에 쐐기를 박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2025학년도 의과대학 학생 정원 대학별 배정 결과’를 발표했다. 추가 인원 2000명 중 82%(1639명)를 지방에, 18%(361명)는 경기와 인천에 배정했다. 서울권 대학에는 한 명도 증원하지 않았다. 이번 결정으로 현재 2023명인 비수도권 27개 대학의 정원은 3662명으로 늘어났다. 경기·인천지역 의대 입학 정원은 209명에서 570명으로 272% 증가했다.
정부가 이번 배정에 적용한 원칙은 △비수도권 지원 △지역 거점대 강화 △‘미니 의대’ 적정화 등 세 가지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의료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지방대 의대에 인원을 집중적으로 배정했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수도권에서 경기와 인천에 있는 미니 의대 정원을 대폭 늘린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전국 거점대 역할을 하는 7개 지방 국립대 의대 정원은 강원과 제주를 제외하고 200명으로 일괄 확대했다. 서울대(135명), 연세대(110명) 등 서울 주요 대학 정원을 단숨에 넘어섰다. 일괄 확대로 정원 49명인 충북대는 151명이 증원돼 최대 수혜 의과대로 꼽혔다.
이 부총리는 “비수도권 대학들은 늘어난 의대 정원을 지역 인재를 선발하는 지역인재전형을 적극 활용해 지역의 정주 여건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이를 통해 지역 교육 생태계가 활력을 되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의료계와의 대화를 계속 추진하겠지만 증원 규모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대국민담화에서 “2000명 증원은 의사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최소한의 수치”라며 “정치적 손익에 따른 적당한 타협은 결국 국민의 피해로 돌아간다”고 강조했다.
의대증원 배분 '속전속결'…정부 "절대 타협 없다"
의료개혁 대국민담화
정부가 전공의 집단 사직이 본격화한 지 정확히 한 달 만에 2000명의 의대 정원 배분 결과를 발표하면서 의정 갈등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아직 1만 명에 달하는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채 돌아오지 않고 있고, 교수들마저 사직을 예고하는 등 강력한 저항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정부가 증원 규모를 둘러싼 타협의 여지를 없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제기돼 온 타협 불가피론을 불식하고 4월 총선에 상관없이 의료개혁을 끝까지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원 철회 가능성 원천 배제한 정부
정부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명의의 ‘의료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2000명의 의대 정원 배분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지난달 20일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하며 병원을 떠난 지 한 달, 정원 배정을 위한 심사위원회를 연 지 5일 만에 ‘속전속결’로 증원 여부를 확정한 것이다. 대학별 증원 규모를 발표한 이상 정원 확대는 돌이킬 수 없어졌다. 정부가 갈등의 핵심인 의대 증원 여부에 대해 타협 가능성을 없애고 ‘퇴로’까지 끊어버린 셈이다. 한 총리는 대국민 담화에서 “2000명은 의사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최소한의 숫자”라며 “정치적 손익에 따른 적당한 타협은 결국 국민의 피해로 돌아간다”고 밝혔다.
정부가 당초 3월 말에서 4월 초로 예상된 의대 정원 배분을 이날 조기 마무리한 것은 소모적인 논쟁을 줄이고 교착 상태에 빠진 협상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포석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2월 1일 의대 정원 2000명 확대 계획을 발표한 이후 정부는 “증원 규모는 협상 대상이 아니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고수하면서도 의료계를 설득해 왔다. 필수의료 붕괴 문제 해소 대책을 2월 이후 35개 쏟아내고 공식·비공식적 만남도 50여 차례 가졌다. 이 과정에서 필수의료 보상 확대에 10조원 이상 투입, 전공의의 연속 근무 축소, 의료사고에 대한 의료인의 법적 부담 경감 등 그간 의료계의 핵심 요구 사항 상당수를 들어줬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그럼에도 대한의사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등 의사단체들이 ‘증원 철회’를 고수하면서 협상이 한치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이에 정부는 ‘판’을 흔드는 쪽으로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로 열린 ‘편집인 포럼’에서 “정부는 흔들림 없이 의료개혁을 완수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묵은 의료 제도 개선 속도전
의료계 저항이 한층 거세진다고 해도 정부는 의대 증원 숫자를 놓고선 더 이상 협상을 벌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의정 갈등이 오는 4월 10일 총선 이후까지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의료계 안팎에선 의사단체의 반발이 일시적으로 확대될 수 있지만 그간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협상론’이 고개를 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000명 증원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투쟁 기조를 이어가는 것은 실리가 없고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실리를 챙겨야 한다는 의견도 의료계 내부적에서 제기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촉발된 해묵은 보건의료 제도 개선 작업에도 한층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정부는 의사단체들이 반대해온 비대면 진료를 사실상 전면 허용하고, 진료보조(PA) 간호사의 업무 영역도 인정했다. 상급종합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 등 의사들이 해결을 요구해온 고질적 문제도 해소되는 양상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 공백이 보건의료 정상화 계기가 됐다”며 “의정 갈등이 장기화하면 미용성형 등 그간 의사들의 높은 소득을 뒷받침한 제도적 기반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강영연/이혜인/황정환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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