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와 생산기지 구축 MOU
하이브리드 중형 SUV '오로라1'
하반기 출시 앞두고 부활 꿈꿔
드블레즈 사장 "최대 1.5조 투자
본사와 전기차 생산도 협의 중"르노코리아자동차가 7000억원을 들여 부산공장을 미래차 생산기지로 전환하기 위한 청사진을 내놨다. 프랑스 르노그룹 본사와 투자 규모를 2027년까지 1조5000억원가량으로 늘리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치열한 자동차산업 전환기에 신차 출시 없이 오랜 부진의 늪에 빠진 르노코리아가 부산을 차세대 전기차 생산 거점으로 발전시켜 부활하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이브리드 프로젝트에 7000억원
르노코리아는 18일 부산시청에서 부산시와 미래차 생산기지 구축을 위한 투자 양해각서를 교환했다. 내연기관차 중심인 르노코리아 부산공장 생산 체계를 하이브리드카·전기차 중심으로 전환하는 게 핵심이다.
첫 단계는 향후 3년 안에 하이브리드카 개발·생산 체계를 완비하는 것이다.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사장은 이날 협약식에서 “첨단 하이브리드 모델로 준비 중인 ‘오로라1·2 프로젝트’에 모두 7000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2027년까지 생산 설비 교체에만 1180억원이 들어갈 예정이다. 나머지는 하이브리드 신차 연구개발(R&D) 인력을 확보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쓰인다. 부산시는 행정·재정적 지원을 약속했다.
‘여명’이란 뜻의 오로라는 르노코리아가 2022년 드블레즈 사장 취임과 함께 준비해온 신차 프로젝트다. 프로젝트 첫 번째 모델인 하이브리드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오로라1(코드명)은 올 하반기 출시를 앞뒀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우선 국내에 출시한 뒤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수출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20년 XM3 출시 이후 4년간 신차를 내놓지 못한 르노코리아는 오로라1의 성공에 사활을 걸었다. 지난해 내수와 수출을 합친 판매량(10만4276대)이 1년 새 40% 가까이 급락한 터라 ‘신차 효과’가 절실하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르노코리아가 경영 정상화 기반을 다질 기회”라며 “이제까지 소형 친환경차만 선보인 르노코리아가 내놓는 첫 중형급 하이브리드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전기차 개발·생산도 협의 중”
르노코리아는 투자 규모를 1조5000억원까지 늘려 부산공장에서 순수 전기차를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드블레즈 사장은 “르노그룹 본사와 오로라1·2 프로젝트 이후 차세대 전기차 모델을 개발·생산하기 위한 협상을 하고 있다”며 “확정되면 2027년까지 총 1조5000억원 이상의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한 부산시의 전폭적인 지원도 요청했다. 르노그룹이 부산공장에 전기차 생산을 위한 투자를 확정하면 외국계 완성차 회사가 국내에 전기차 투자를 하는 첫 사례가 된다.
르노그룹도 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귀도 학 르노그룹 부회장은 작년 6월 부산시 관계자와 만나 “부산공장은 그룹의 중요한 생산 거점”이라며 “부산에 연 20만 대 규모의 전기차 생산 설비를 구축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로 미래차 전환에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말했다. 이후 르노그룹은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을 유럽 외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5대 글로벌 허브로 정하고 그룹의 중형·준대형 자동차 개발과 생산을 맡기기로 했다. 부산공장은 내년부터 전기차 전용 브랜드 폴스타의 수탁 생산도 시작할 예정이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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