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가 1조원 이상을 투입해 2027년 유럽에 첫 공장을 짓는다. 루마니아 세르비아 포르투갈 튀르키예 등 4개국을 대상으로 보조금 규모, 세제 혜택 등 각국이 약속한 인센티브를 검토한 뒤 연내 공장 부지를 선정하기로 했다.
정일택 금호타이어 대표는 지난 15일 기자와 만나 “홍해 사태 등으로 물류비가 늘어난 점 등을 감안해 유럽에 현지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며 “내년에 착공해 2027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호타이어는 한국 중국 미국 베트남 등 4개국에서 8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폭스바겐, 푸조 등 유럽 완성차 업체 등에 납품하는 타이어는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배로 옮기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유럽 공장을 연산 1200만 개 규모로 지은 뒤 메르세데스벤츠 등 프리미엄 업체들을 신규 고객으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사상 최대 실적' 금호타이어 "2027년부터 유럽서 年 1200만개 생산"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영난 여파로 2018년 중국 더블스타에 매각된 금호타이어는 2022년 흑자로 돌아선 데 이어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4110억원)을 올렸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매출(4조414억원)의 23.8%(9639억원)를 유럽 시장에서 거뒀다. 대부분 교체용 타이어(RE)에서 나왔다. 폭스바겐과 푸조 등에 공급하는 신차용 타이어(OE) 물량은 25%도 안 된다. 현지에 공장이 없다 보니 유럽 완성차업체를 ‘고정 고객’으로 끌어들이기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유럽 물량은 천연고무 등 원료 확보가 쉬운 베트남 공장 생산 제품을 배로 실어 나른다.
지난해 ‘홍해 사태’가 터지자 상황이 급변했다. 수에즈운하가 막힌 탓에 아프리카 대륙 남단 희망봉을 빙 둘러 가야 해서다. 물류비용이 10% 이상 상승했고 운송 기간도 보름가량 늘어났다. 정일택 금호타이어 대표(사진)는 “최근 지정학적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독일 3사(벤츠 BMW 아우디)를 비롯한 유럽 자동차회사로부터 공장 신설 요청을 받은 것도 유럽 공장 설립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금호타이어는 내년 초 유럽 공장을 착공해 2027년부터 본격 생산할 계획이다. 전기차 전용 프리미엄 브랜드 이노뷔 등 타이어 1200만 개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짓는다. 가동에 들어가면 금호타이어의 연간 생산량은 7400만 개로 불어난다. 유럽 공장은 유럽연합(EU)이 요구하는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기준에 맞춰 건설할 계획이다. 1조원 규모의 공장 설립 자금은 금호타이어와 대주주인 더블스타가 함께 조달하기로 했다.
유럽 공장은 금호타이어의 숙원 사업이다. 금호타이어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코너에 몰리면서 2009년부터 채권단 관리를 받았다. 2018년 4월 새 주인을 맞았지만 적자기업이 대규모 신규 투자에 나서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유럽 공장 건설은 그동안의 수세적인 경영에서 벗어나 공격 경영으로 바꾸는 신호탄이란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퓨처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유럽 타이어 시장 규모는 2033년 1087억달러(약 144조7884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684억달러(약 91조1088억원)에서 연평균 4.8% 성장하는 셈이다. 이에 한국타이어와 넥센타이어도 유럽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연간 1700만 개를 생산하는 헝가리 공장에 7589억원을 투입, 2027년까지 트럭·버스용 타이어(TBR) 생산 라인을 신설하기로 했다.
넥센타이어도 최근 체코 공장 생산능력을 연간 550만 개에서 1000만 개로 늘렸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