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경제 뉴스
순혈주의 깬 롯데
2021/11/25


롯데 인사…파격 외부수혈

쇼핑 대표에 P&G출신 김상현
43년 만에 첫 '非롯데맨' 내정
호텔 대표에 재무전문 안세진



[ 박동휘 기자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연말 정기인사에서 칼을 빼 들었다. 부회장이 맡는 롯데쇼핑 신임 수장에 30년 ‘P&G맨’인 김상현 대표(부회장)를 영입했다. ‘비(非)롯데맨’이 대표를 맡은 것은 1979년 롯데쇼핑 설립 이후 처음이다. 롯데그룹 문화에서 전례가 없는 충격요법식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인사명단 A37면

롯데는 25일 롯데지주를 포함해 38개 계열사의 이사회를 열고, 2022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의 핵심은 ‘파격’이다. 유통, 화학, 식품, 호텔·서비스 등 4개 HQ(사업군) 체제 중 두 곳의 대표를 전격 교체했다. 사상 최고 실적을 거둔 김교현 화학 총괄대표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영구 식품군 총괄대표(롯데제과 대표 겸직)는 유임됐다. 신 회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신상필벌’ 원칙을 명확히 드러냈다.

유통 사업군을 맡은 김 신임 대표는 P&G에서 1986년 평사원으로 시작해 미국 본사 부사장(신규사업 담당)까지 지낸 글로벌 유통 전문가다. 홈플러스 부회장과 홍콩 소매유통 그룹 DFI의 동남아시아 유통 총괄대표를 역임했다. 신 회장이 극비리에 면접을 진행했을 정도로 공들인 인물이다. 침체에 빠진 롯데쇼핑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 특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서비스 총괄대표에 안세진 놀부 대표를 내정한 것도 예상을 깬 인사라는 평가다. 안 신임 대표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 커니 출신으로 2005~2017년 LG그룹과 LS그룹에서 신사업 및 사업전략을 담당했다. 그룹의 숙원인 호텔롯데 기업공개(IPO) 임무를 부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당초 호텔 대표로 면접을 보진 않았지만 C레벨 외부 인사 중 호텔롯데 비전에 가장 적합해 선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신규사업 전문인력 영입을 계기로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쇼핑은 글로벌, 온라인, 데이터 등 3대 키워드를 주축으로 M&A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辛의 '외부수혈' 충격 요법…"롯데, 온라인·글로벌 중심 대변혁"
42년 만에 순혈주의 깨뜨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이 25일 단행한 정기인사를 통해 그룹 전반에 대한 대대적 쇄신 의지를 드러냈다. 42년 롯데쇼핑 사사(社史)에서 단 한 번도 예외가 없던 내부 발탁 관행에 과감한 메스를 가한 것이다. 30년 ‘P&G맨’이자 홈플러스 대표 출신인 김상현 신임 대표의 선임은 그만큼 파격적이다. 더 이상 ‘순혈주의’로는 변화를 꾀할 수 없다는 절박감을 반영한 인사로 풀이된다. 쇼핑 명가로서 롯데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신 회장이 충격 요법을 꺼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파격 인사로 혁신 주문한 신동빈
신 회장의 파격 인사가 의도하는 바에 대해 롯데 관계자는 “읍참마속(泣斬馬謖: 사사로운 감정을 버리고 기강을 세우는 일)의 심정일 것”이라고 표현했다. 창업주 시절부터 롯데를 쇼핑 1위 기업으로 만든 이들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에서다. 롯데쇼핑 내에선 강희태 부회장의 후임에 외부 전문가가 선임되자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롯데쇼핑은 올 3분기(연결 기준) 매출 4조66억원, 영업이익 289억원을 거뒀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4%, 73.9% 감소했다. 쇼핑 라이벌인 신세계가 같은 기간 역대 최고 실적을 거둔 것과 대조적이다. e커머스에선 쿠팡이 3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한 46억달러(약 5조2000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유통 사업군의 부진에 대해 롯데그룹 내에선 ‘잃어버린 5년’을 언급하곤 했다. 중국의 한한령으로 중국 사업이 타격을 받고, 중국 관광객이 급감한 탓이라는 것이다. 코로나19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신세계, 현대백화점, 네이버 쇼핑, 쿠팡, 마켓컬리 등 경쟁사는 위기를 기회로 활용했다. 그 사이 롯데쇼핑은 더 이상 물러나기 어려운 벼랑 끝에 섰다는 게 중론이다.

○백화점 대표엔 ‘신세계맨’을 선임
신 회장은 지난달 롯데지주에 디자인경영센터를 신설하고 신임 센터장(사장)에 배상민 KAIST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를 임명했다. 그룹 안팎에선 파격적인 이번 정기인사를 예고한 첫 신호탄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신 회장과 나란히 롯데월드타워 18층에 집무실을 마련한 배 센터장의 표면적 임무는 “롯데가 애정을 쏟아부은 점포가 한데 모인 롯데월드타워부터 디자인 혁신을 해보자”는 것이다. 하지만 신 회장은 배 센터장에게 조직 진단을 위한 암행 역할도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선입견을 완전히 배제한 외부 전문가에게 롯데의 민낯을 들으려 한 것이다.

김 신임 유통 사업군 총괄대표는 오프라인 중심의 롯데쇼핑을 온라인, 데이터, 글로벌 중심으로 환골탈태시키는 임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P&G에서 마케팅 전문가로 명성을 쌓아온 데다 신규 사업을 위한 조직 재편에도 특화돼 있다는 게 김 신임 대표에 대한 대체적인 평가다. 홈플러스 대표(부회장) 시절엔 140여 개 전국 매장을 한 곳도 빠짐없이 점검하며 디지털 전환을 이끌었다.

새로운 수장의 임명과 함께 롯데쇼핑 내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e커머스 플랫폼(롯데온) 등에 대한 혁신 작업이 이뤄질 전망이다. 백화점 부문만 해도 신세계 출신인 정준호 롯데GFR 대표가 내정됐다. 정 신임 대표는 신세계인터내셔날 해외패션본부장, 조선호텔 면세사업부장 등을 지낸 ‘신세계맨’이다. 아르마니, 몽클레르, 돌체앤가바나 등 30여 개 해외 유명 브랜드의 국내 유치에 성공한 명품 브랜드 전문가로 꼽힌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롯데백화점은 최근 2000명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시행해 이 중 500명이 퇴사하는 등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라며 “롯데마트도 점포의 20%를 철수하는 등 새로운 도약을 위한 준비를 착실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신임 대표가 넓은 글로벌 시야를 갖고 있는 만큼 롯데쇼핑이 약 3조원의 실탄을 바탕으로 국내외에서 활발한 인수합병(M&A) 전략을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유명 브랜드를 여럿 보유한 해외 패션 기업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패션, 뷰티, 명품, 새벽배송 플랫폼 등 특정 분야를 깊이 파고든 유통 스타트업도 롯데쇼핑의 M&A 목록 후보에 올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 온·오프라인 유통업계 경쟁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동휘 기자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상담자 정보 답변을 받을 수 있는 상담자 정보를 입력해주세요.
문의내용 상품에대한 궁금하신 내용을 적어주세요.
개인정보 수집동의 안내
※ 본 서비스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아래와 같이 고객님의 개인정보가 수집됩니다.
- 수집항목 : 작성자명, 연락처, 이메일, 문의내용
- 수집목적 : 문의내용에 대한 회신 목적
- 보관기간 : 문의처리 후 7일간 보관 (추가 문의 회신 목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