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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끝없는 혁신으로 한계 뛰어넘자"…초일류 경영 '뚝심'
2021/10/25
Cover Story - '기업가 정신' 남긴 이건희

이건희 회장이 남긴 명언들

마누라·자식빼고 다 바꿔라
수많은 1등제품 낳은 '쓴소리'

불량품 모두 태워 버려라
新경영으로 '갤럭시 신화'

자율과 창의가 기업 경쟁력
모방 벗어나 지식경제 강조



[ 정태웅 기자 ]
“변화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시장과 기술의 한계를 돌파해야 합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2014년 급성 심근경색으로 병상에 눕기 전에 마지막으로 발표한 그해 신년사입니다. 지난해 별세할 때까지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혁신으로 한계를 돌파하자는 이 회장의 2014년 신년사는 그의 마지막 어록이 되었습니다. 이미 삼성전자를 세계 1등 기업으로 키운 그이지만 생의 마지막 순간에서도 끝없는 혁신을 강조한 것입니다.
“삼성은 국민적 기업, 초일류로 성장시킬 것”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1987년 별세하면서 45세의 나이에 삼성 회장으로 취임한 이건희 회장의 취임 일성은 ‘제2의 창업’이었습니다. 창업주의 유지를 계승하고 더욱 발전시켜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으로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삼성은 이미 한 개인이나 가족의 차원을 넘어 국민적 기업”이라는 회장 취임사에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는 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자”
1983년부터 투자한 D램 반도체를 1993년 세계 1위로 키운 이 회장은 그해 6월 독일 출장 중에 세탁기 뚜껑 규격이 맞지 않아 칼로 깎아내는 사내방송 비디오를 본 뒤 곧바로 서울로 전화를 걸어 “사장들과 임원들을 전부 프랑크푸르트로 집합시키라”고 호통을 쳤습니다. 삼성그룹의 운명을 바꾼 전화 한 통, ‘프랑크푸르트 선언’의 시작이었습니다. 이후 세계 곳곳에서 350여 시간 이어진 강연을 통해 이 회장은 ‘신(新)경영’을 강조했습니다. “국제화 시대에 변하지 않으면 영원히 2류나 2.5류가 될 것이다. 잘해봐야 1.5류”라고 질타한 그는 “극단적으로 얘기해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고 강조했습니다. 이후 삼성은 TV, 디스플레이, 낸드플래시 등 수많은 세계 1등 제품을 생산할 수 있었습니다.
“고객이 두렵지 않나? 모두 태워 없애라”
삼성전자는 1988년 국내 최초로 개발한 휴대폰을 시장에 선보였습니다. 이 회장은 “반드시 1명당 한 대의 무선 단말기를 보유하는 시대가 온다”며 휴대폰을 미래 핵심사업으로 내다봤습니다. 국내 시장을 장악한 모토로라를 따라잡기 위해 휴대폰 애니콜의 생산량을 늘리려다 불량률이 11.8%까지 올랐죠. 이 회장은 1995년 3월 9일, 삼성전자 경북 구미사업장 운동장에서 15만 대의 휴대폰을 쌓아놓고 ‘애니콜 화형식’을 단행했습니다. 500억원어치의 휴대폰이 잿더미로 변하는 모습을 본 임직원들은 충격을 받았고 이후 삼성은 ‘갤럭시 신화’를 쓰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원조인 애플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라섰습니다.

“정치는 4류, 관료와 행정은 3류, 기업은 2류”
이건희 회장은 1995년 4월 13일 중국 베이징 주재 한국 특파원과의 오찬간담회에서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데 도장이 1000개나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무한경쟁을 펼치는 데 우리의 법과 제도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아쉬움을 나타낸 것입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등 많은 미국 기업인이 “혁신을 방해한다”며 규제를 강화하려는 미국 정부에 맞서 할 말을 하는 것처럼 이 회장도 정치권에 쓴소리를 할 줄 아는 기업인이었습니다.
“자율과 창의가 21세기 발전의 원동력”
1997년 외환위기를 앞두고 이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지난 30년 동안 하면 된다는 ‘헝그리 정신’과 남을 뒤쫓아가는 ‘모방정신’으로 세계가 부러워하는 경제성장의 기적을 만들어냈지만 이것으로는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 갈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가 아니라 미래 선도자(first mover)가 되어야 한다는 혜안이었죠. 이 회장은 “21세기 정보화 사회에서는 인간의 지적 창의력이 부의 크기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며 지식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한 명의 천재가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
“삼성 회장으로서 제일 힘든 일이 사람을 키우고, 쓰고, 평가하는 일”이라며 이 회장은 글로벌 초일류 기업의 관건은 결국 사람에게 달렸다는 ‘인재경영’을 강조했습니다. 국내 최초 신입사원 공개채용, 학력 및 여성 차별 철폐, 지역 전문가 제도 등은 이 회장이 28년 동안 삼성을 이끌면서 남긴 족적들이죠. 이 회장 취임 당시 10만 명이던 직원 수는 52만 명(2018년 기준)으로 다섯 배 넘게 늘었습니다.
“10년 내 삼성 대표 사업·제품 대부분 사라져”
2008년 ‘삼성특검’ 사건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이건희 회장은 2010년 경영 복귀에 나서며 이처럼 혁신을 강조했습니다. 스마트폰 열풍으로 노키아 모토로라 등이 몰락의 길로 내몰리던 시기였습니다. 이 회장은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글로벌 인재를 키우고, 유망 기술을 찾아내는 한편 창의력과 스피드가 살아 넘치고 부단히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문화를 구축해야 한다”는 구체적 실행방안도 제시했습니다.

정태웅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NIE 포인트
① 똑같이 훌륭한 말이라도 이건희 삼성 회장처럼 위대한 인물이 남긴 어록에 더 감동을 느끼는 이유는 왜일까.

② 변화와 혁신을 위해서라면 나와 내 주변의 어느 정도까지 바꿀 수 있을까.

③ 이건희 회장은 경영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것”이라고 답했다는데 그 의미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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