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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폭행해놓고…사과 받아낸 현대차 4공장 노조
2021/10/14


현장에서

울산-전주공장간 물량이관 놓고
노조원간 폭력사태 응급차 후송
노조위원장, 대의원회의서 "죄송"

글로벌 업계 생존 발버둥 치는데
현대차 노조 이기주의에 아연실색

김형규 산업부 기자



[ 김형규 기자 ] “물량 나누기를 너무 쉽게 생각했다. 사과드린다.”

지난달 30일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의 생산량 이관을 놓고 현대자동차 울산4공장과 전주공장 노조 간 몸싸움이 벌어진 뒤 이상수 현대차 노조위원장은 4일 대의원회의에서 4공장 노조에 이같이 사과했다. 상용차 판매 부진으로 생산 차질을 빚는 전주공장에 팰리세이드 물량을 이관하지 못하겠다는 4공장의 ‘몽니’에 백기를 든 것이다. 4공장은 백오더(주문 대기 물량)가 있을 정도지만, 전주공장은 휴업을 반복하며 직원들의 월급도 깎인 상태다.

이 위원장은 “4공장에 부족한 부분이 없도록 분명히 약속하겠다”고도 했다. 4공장 노조는 이를 포함해 4공장의 고용을 지켜내겠다는 확약을 문서화하라고 요구했다. 공장 이기주의라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물량을 사수하겠다며 난투까지 벌인 4공장 노조가 도리어 사과를 받아낸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생산량 이관을 논의하기 위해 고용안정위원회 회의가 있었던 지난달 30일 울산공장 본관 앞에선 사측을 향해 칼날을 내밀던 현대차 노조 사이에 이례적인 ‘노노 혈투’가 벌어졌다. 붉은 머리띠를 맨 울산4공장 노조원과 베이지색 점퍼를 입은 전주공장 노조원 사이에 거친 욕설이 오가며 충돌이 빚어졌다. 급기야 전주공장 노조 간부가 쓰러져 응급차로 후송되기도 했다. 고용안정위 본회의는 열리지도 못했다.

이후에도 공장 노조 간 갈등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전주공장 노조는 ‘현대차 노조는 이제 죽었다’는 게시물을 배포하며 울산4공장 노조를 강하게 비판했다. 아산공장 등 다른 사업장 노조도 4공장 노조에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4공장 노조가 팰리세이드를 지키려는 이유는 ‘밥그릇’ 때문이다. 국내는 물론 미국에서도 인기리에 팔리는 팰리세이드를 4공장에서 생산해야 고용 안정을 지킬 수 있어서다. 자동차업계는 물론 다른 완성차업체 노조도 ‘공장 이기주의’에 아연실색했다. 한 완성차업체 노조 관계자는 “4공장에 백오더가 있는데도 (다른 공장) 형제들의 어려움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 황당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도 현대차 노조 집행부는 “전주공장의 절박함과 사측에 대한 불신으로 물량 나누기에 동의하지 못하는 4공장의 입장을 이해한다”며 회사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산업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상황에서 현대차 노조끼리 벌인 때아닌 ‘물량 혈투’는 헛웃음을 자아낸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자동차 기업이 시장 상황에 맞춰 생산량을 유연하게 조절할 때, 현대차에선 생산 물량이 노조의 인질로 잡힐 판”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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